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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Jan 23. 2024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어른

마음의 매력은 오래갑니다. 진중하기보다는 쾌활해야 유리합니다. 그렇다고 진중한 사람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남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내세우면 됩니다.

자기애는 생존 본능에서 비롯됩니다... 자기애는 과대망상과 친하게 지냅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기애의 기세는 점점 줄어듭니다. 하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자기애를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더 이상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착각하지 않지만, 자기애는 세상을 잘 살겠다는 노력으로 이어집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한다면 망상입니다. 심하면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됩니다.
- 정도언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중에서

나는 어쩌다 어른이 된 게 아니다. 나는 어른이 될 준비를 차곡차곡 해오고 있었다. 제대로 된 어른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다는 믿음은 생겼다. 어른 직전에 있는 아이들에게 허황된 꿈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갖게 도와주고 싶다. 경쟁의 속도는 자신을 갈갈이 분해한다고.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고 타인과 함께 무언가를 이루어냈을 때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미성숙한 어른이 무심코 휘두른 자잘한 폭력에 상처받은 후배 어른을 위로할 여유도 생겼다. 내 자신이 완벽한 어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용기도 내 안에서 조금씩 자라났다. 모르면 누구에게든 배우고, 실수하면 곧바로 사과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어른이라면 누구나가 가졌을 것도 지금까지 내겐 없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부끄러움을 아는 내가 자랑스럽다. 어른으로 한발짝 다가가고 있다.

나는 언제나 주인공이 되고 싶었지만 타인 앞에 주인공 되기는 번번히 실패로 끝났다.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가 먼저라는 사실을 어쩌다 어른이 된 다음에야 깨닫게 되었다.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조연으로 사는 삶이 내 운명일지도 모른다. 관찰하고, 기다리고, 어설프게 충고하지 않고, 필요할 때 티내지 않고 도와주는 일이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가정도, 직업도, 앞으로의 꿈도 모두 이런 삶의 방식에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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