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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Nov 18. 2023

자존심 vs 자존감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자존심과 자존감은 사전적으로 같은 뜻이다. 모두 마음이라는 의미로 '심'과 '감'의 의미상 거리는 멀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두 단어를 다른 뜻으로 사용한다. 자존심은 불편한 부정적 마음으로 자존감은 아름답고 긍정적 마음 상태로 이해한다. 자존심은 "세다"라고 말하고, 자존감은 "높다"라고 표현한다. 자존심은 동적인 율동이고, 자존감은 정적인 상태다.


자존심은 타인을 의식한 자기 방어, 즉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이지만 자존감은 자기 내면에서 솟아나는 자기애, 즉 자기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자존심은 가벼워서 널뛰며 때로는 타인과 단절을 선언하는 마음이지만 자존감은 자기를 안정되게 떠받치며 타인과 소통하려는 마음이다. 자존심은 타인을 향해 날아가 아프게 하기도 하며 결국 나를 파괴할 수도 있는 마음이지만 자존감은 항상 자신과 타인을 향해 열려있어 사랑으로 감싸안는 마음이다.




나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를 지키려고 방어하는 마음이 평생을 괴롭혔다. 자존심은 떨쳐지지 않는 멍에 같은 것이었고 자존감은 긴 주기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완전히 잡히지 않는 구름 같은 것이었다. 둘 다 내 불안의 원형이고 이유였다.지금도 나는 이 둘 사이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다. 자존심이 상하면 우울해 했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회피하거나 공격적 언어를 썼다. 자존감이 떨어졌던 시기에는 무기력 했고 삶의 의미를 알 수 없어 방황했다. 자존감이 높았던 시기에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맑은 옹달샘처럼 솟아나와 타인을 향해 흘러 행복했다.


자존심은 강한데 자존감은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생의 어떤 순간에 나는 이런 유형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또 어떤 순간엔 자존심과 자존감이 동시에 높아서 오만하다는 평가와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분열된 자기애의 혼란. 하나로 통합된 건강한 자기애로 가는 길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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