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형 <마흔에 읽는 니체>의 문장에 대답하다
유보
니체는 "위험하게 살아라! 도시를 화산 위에 세우고, 미지의 바다로 항해를 떠나는 위험한 삶을 선택하라"라고 말한다... 삶을 힘들게 하는 것들을 쉽게 외면하지 마라. 그럴 때일수록 새로운 일을 시도하라... 진정으로 변화하고 싶다면 지금까지 나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때로는 목숨보다 더 사랑했고 나의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맹세했던 것까지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나의 전부, 나의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맹세했던 것을 지금 나는 내려놓고 포기할 수 있을까? 직업적 안정성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용기 부족이다. 하나를 내려놓지 못한 채 또 다른 것까지 잡으려고 꾸역꾸역 애처롭게 용을 쓰고 있다. 그래서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부여잡지 못하고 삶의 변화는 유보된 상태로 있다.
욕망
"삶은 힘에의 의지다"
니체가 말한 '힘'을 '욕망'이라도 불러도 될 것 같다. 욕망은 의지다. 욕망은 추동력이기 때문에 힘이다. 내가 진정 무엇을 욕망하는가? 그 욕망을 긍정하기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돈과 명예에의 추동이 욕망이란 단어와 엉켜있었다. 욕망은 인간 본연의 가장 순수한 삶의 이유다. 삶의 이유를 따라가는 생은 추하지 않다. 심지어 돈과 명예 또한 마찬가지로 추하지 않다. 돈과 명예가 추동되는 방법이 문제다. 자신을 고갈시키고 타인을 파괴하는 방법이 아니라 그것으로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고 타인을 향해 흘러갈 수 있다면 그 또한 긍정할 수 있다.
창조
니체는 운명을 사랑한다면 추한 것과 싸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상태가 계속된다면 좋은 기회도 놓치게 될 뿐 아니라 창조적인 에너지와 활기마저 빼앗기게 된다.
나는 추한 것과 싸우지 않기로 하지 않았던가. 다행인 것은 부정적인 감정이 쓰레기 하치장으로 쓸려가게 내버려두지 않을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 창조의 에너지를 추한 것과 싸우는 데 쓰지 않기로 했다. 추한 것과 애써 싸우지 않는 방법은 창조적 활동에 몸과 마음을 쓰는 것인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글쓰기가 그것이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도 많고, 불쌍한 영혼도 많다. 그 많은 이상하고도 불쌍한 영혼에게까지 내가 쓸 에너지는 없다. 나는 긍정의 세계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없다. 하여 나는 불온한 당신들을 잊는다. 망각은 축복이고, 창조는 활력이다.
자기애
니체는 "우리는 때때로 자신을 상실하고 또다시 자신을 발견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하고 말한다.
진정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은 고작 오늘과 내일을 위한 계명이 아니다.
자기애는 수치가 아니다. 나는 나를 긍정하기 위해 부정한다. 나의 자기 부정은 나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부정 또한 부끄러움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순서의 문제일 뿐이다. 처절한 자기 부정 뒤에 순정하게 남은 자기애와 만나기 위해서다. 역순은 나르시스의 자기 파멸일 뿐이니 나는 이것을 거부한다. 따라서 나의 부정은 계속될 것이다. 자기 부정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부정을 사랑하다 보면 사랑은 변환점을 맞이할 것이고 그 사랑은 타인에게 흐를 것이다. 이 생각을 가르쳐준 철학자가 니체다. 다시 니체를 만나니 좋다. 더 거칠고 단단해진 나를 만난 느낌이다.
A세대
A세대는 여유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하는 45세부터 64세 사이의 중장년층을 일컫는다. A세대의 특징을 가리키는 단어로 'Ageless 늙지 않는', 'Acomplished 성취한', 'Alive 생동감 있는', 'Attractive in my own way 나의 방식대로 매력있게', 'Admired 존경을 받는', 'Advanced 진보한' 등이 있다. 이러한 영어 단어의 앞글자를 따서 A세대라고 부른다.
A세대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이들이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로워서 자신에 대한 투자의 스케일이 큰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또한 A세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등장한 스마트폰을 처음부터 사용하였기 때문에 SNS와 유튜브, 온라인 커머스 같은 디지털 환경에도 상당히 능숙하다. 놀 줄도 알고 돈을 쓸 줄도 아는 세대인 것이다.
나는 'A세대' 한 가운데 있는 세대가 맞다. 잊고 있었다. 지금 우리 세대를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세대로 바라보며 말하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암에 걸리고 몸이 몰락하면서 나는 주변을 약자 프레임으로 보기 시작했다. 아니다. 지금 우리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안정적이고 자존감 넘치는 세대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파워가 넘쳐 무시할 수 없는 세대다. 노년 세대에 뒤지지 않는 풍족한 시대를 살았고, 젊은 세대 못지 않는 교육을 받았고,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 그 세대 한가운데 속한 나는 아직 변화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더 누려야할 자유가 남았다. 잊지말자, 우리 세대의 긍정성과 힘을...
위의 문장들은,
<마흔에 읽는 니체> 장재형, 유노북스, 2022.
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