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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Dec 22. 2018

삼십대후반의 여자

어느덧 삼십대 후반



일본드라마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중 한장면


라라랜드 라는 쇼프로에서 이제는 방송활동을 하지 않는 이제니씨가 그동안의 근황을 인터뷰하며 삼십대 후반이 되니 사소한 것들이 다 귀찮아 진다고, 이제야 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것을 보게 되었어요.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어떤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뭉클 했습니다.


이런 공감들이 삼십대 후반으로 가며 점점 더 커지는 외로움과 공허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아지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더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도.


삼십대에도 무슨일이든 일어납니다.

대부분의 삼십대 후반의 여자가 결혼을 했고, 아이엄마가 되었거나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정해진 틀 속에서만 사는것은 아닙니다.


제가 삼십대가 되기까지 만난 수 많은 사람들 중 누군가는 비혼을 선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기도 하구요, 누군가는 세계를 여행 중이거나 학생의 신분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백수이거나 혹은 워커홀릭이거나. 이렇게 다들 다른 '자신만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너무도 쉽게 나이에 맞는 역할의 자를 들이밀곤 합니다. 때로는 자기자신에게 조차도. 굳이 재지 않아도 되는데 자가 있으니 흘깃 흘깃 쳐다보게 되고 자꾸 궁금해집니다.


"도대체 나는 몇센치나 될까?" 궁금해 하다가 어느날 문득 자를 집어 들게 되죠. "아!......"  그 수치를 확인한 순간부터 불행은 시작됩니다. 절망도 그런 절망이 없어요.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남에게 들이밀죠, 그 '평균'이라는 불행의 자를 말입니다. 특히 저와 가까운 사람들이 그 자로 저를 '평가' 할때 더욱 상처받더라구요. '이 사람은 속으로 나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구요,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과연 같은 자를 사용하는게 맞을까요? 굳이 수치를 재려면 애초에 각자의 자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신만의 자로 수치를 재보며 그 수치를 늘려가면 됩니다. 그렇게 점점 나아지면 그걸로 괜찮다는걸 깨달았을때 저는 서른일곱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서야 저만의 자를 찾았습니다. 이 자를 사용하니 생각보다 저 괜찮더라구요.


저는 모두가 각자 자신만의 자를 집어들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남과 비교하면 화가 아니라 웃음이 났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이렇게 다른 삶을 살고 있구나" 하고 말이죠.


삼십대 후반에 들어서야 누구것 인지도 모르는 남의 자를 시원하게 내려놓고 제 이야기를 할 용기도 생겼습니다. 부끄러워서 감추기만 했었던 말들이 부끄럽지 않게 되니 생각보다 행복해 졌습니다.


그동안 너무 속상하고 억울하지만 마음속으로 밖에 외칠수 없었던 비명이나, 들키면 부끄러울것 같아 넣어두었던 말들, 찌질해 보일까봐 미처 하지 못했지만 자려고 누우면 자꾸 생각났던 그 말들을 글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건 대단한것이 아닌 격한 공감 한자락, 그거니까요.


어떤이는 제 글을 읽고 너무 끄덕이다 목디스크가 올 지경이라고 했고 어떤이는 제 글에 댓글을 달기위해 어플에 가입하고 깔기 까지 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제 이야기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공감하게 될 줄 정말 몰랐습니다. 저는 저만 이렇게 찌질하게 구겨지며 산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들 반짝거려 보여서 나만 이렇게 힘없는 하루살이처럼 하루를 버틴다고, 저만 유별나다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론 씁쓸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 심한 일을 겪기도 하고 살아가는구나 하고 말이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힘이 되었습니다. '나 혼자만 힘든건 아니었구나' 하고 힘을 내게 되었거든요.

지금까지 내가 나를 재왔던 그 자는 내 것이 아니다.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된 것만으로 서른일곱, 제 나이가 좋아졌습니다. 제가 기록하고 있는 글들은 모두 삼십대 후반의 제가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나누었던 이야기이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한번쯤은 생각하게 될 이야기 입니다.


이젠 사소한 것들이 귀찮고 너무 지쳤다고 생각하는 삼십대 후반의 우리, 더이상 싹싹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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