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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Feb 25. 2019

취업의 물리학

취준생 심장의 아찔한 진자운동에 대하여

잠을 설친날은 몸이 여기저기 쑤신다. 꿈이 요란한 날은 수면의 질이 좋지 못한데 어제는 꿈속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꿈은 현실의 연장이 확실하다. 


안될거 알고 지원한 숫자까지,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겠다고 판단후 두달 동안 약 100개의 입사지원을 했다. 연락이 온 곳은 단 세군대였다. 두곳은 면접을 봤지만 여러가지 조건들이 맞지 않아 내가 거절했고, 정말 붙었으면 좋겠는 마지막 기업의 면접을 월요일에 보게 되었다. 면접관중 한분인 인사팀장님은 늦어도 금요일까지는 불합격 시에도 연락을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합격이면 연락이 빨리 올거라고 생각했다. 여유있는 수요일이 지나고 목요일이 되자 속이 타기 시작했다. '불합격'일지라도 연락을 주겠다고 했던 면접관의 눈빛을 믿었기에 나는 아직 불합격이 아니라는 희망을 걸었다. 


그리고 마지노선인 금요일이 되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는 한여자에게 사랑에 빠져 심장이 아찔한 진자운동을 한다고 했던가. 아침부터 나의 심장은 말 그대로 아찔한 진자운동을 하였다. 오전을 통과하고 오후 다섯시가 되자 '떨어진 거구나'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자꾸 마음 한켠에서는 부지런히 희망의 단서들을 찾고 있었다. 

'아직 퇴근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니까... 불합격 문자가 오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성실한 시계는 여섯시를 넘겼고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분명 불합격 통보 라도 준다고 했었는데.... 그 문자 한통이면 살얼음판 같은 날이 줄었을거라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왜 면접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걸까. "내가 회사 사장이면 면접자들한테 꼭 밥한끼 사먹이고 싶어" 나는 입버릇처럼 이런말을 했었다. 밥한끼 사먹이지 못할망정 제대로 된 말한마디를 해주지 않아 취준생을 오갈데 없도록 묶어두는 면접시스템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그 '무소식'의 여파는 주말내내 나를 희망고문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일요일밤, 결국 나는 꿈에서 아주 정성스러운 '불합격 통보 문자'를 받았다. 심지어 그 문자가 꿈이라는 사실을 눈을 뜨자마자 확인하고 오전내내 '혹시 모를' 한줄기 합격의 근거들을 찾아헤매느라 또 마음이 바빠졌다. 약속된 날짜가 지났음에도 나는 아직 불합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꾸 미련을 갖게 되는 것이었다.


제시간에 불합격 통보만 받았더라면 나의 일주일이 이토록 무의미해졌을까? 어차피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인데 같은 사람인 구직자에게 이렇게 예의를 갖추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구직자의 애타는 심정을 모른척 해서는 안된다. 교통비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합격, 불합격 통지는 구직자와 구인회사간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나는 굴러 떨어졌다.
전화가 올대마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 하였다.
불합격 인가보다.




김인육, [사랑의 물리학]을 인용하였습니다.


사진,글,캘리그라피 Ad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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