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자신을 의심하지 말았으면 해요

무식하게 나를 믿을 것

by 아도르

집 근처에 자주 애용하는 카페가 있습니다. 그 카페의 2층 창가 자리는 인기가 없어서 늘 비어있어요. 창가의 오른쪽 끝자리에 앉으면 키 큰 은행나무와 시선을 맞출 수 있습니다. 오늘처럼 헐렁한 주말을 보내다 심심하면 가끔 그 나무를 보러 카페에 갑니다.


올해 여름 날씨는 가을이었다 봄이었다 하네요. 오늘은 바람이 불고 서늘해 가을 같기도 합니다. 덕분에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하염없이 보고 왔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가만히 지켜보는 동안 다양한 생각과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생각이란 건 순간의 공기나 한 소절 음악,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은 것들에 의해 두서없이 떠오릅니다. 이런저런 생각의 끝에 오늘 본 영화 속 주인공이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타인을 사랑하는 첫걸음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라는 독백으로 영화는 끝났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헬프]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세 번 봤지만 볼 때마다 계절과 상황과 나이가 달라 다른 부분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오늘은 영화 속에서 자신들의 어려움을 글로 써 책으로 출간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부분이 마음에 계속 남습니다.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한 글을 쓰자. 그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하고 좋은 것을 남기고 싶다”


벌써 세 번째 보는 영화인데도 역시 감동적이어서 관련 기사를 찾아보다가 주인공이 이 영화에 출연했던 것을 후회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흑인 입장에서의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기사를 보니 세상에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만큼의 인사이트를 얻었고 주인공을 연기했던 사람은 또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도 큰 울림을 느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각자의 스토리가 있고 경험이 있고 상황이 있을 테니까요. 그중 어느 것을 정답이라고 하긴 좀 곤란할 것 같네요. 영화감독도 나름대로 의도한 바가 있었겠지만 꼭 그의 의도대로 가 아니더라도 각자의 결론을 내는 것, 그것이 삶의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태어나 살며 듣게 되는 타인의 말은 나에겐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 인생에 하나도 적용되지 못할 말 나부랭이였어요. 나뭇잎이 한 나뭇가지에 묶여 같은 바람을 맞아도 각기 다른 색깔과 형태로 각자 흔들리듯 말입니다. 단골 카페 2층, 창가 자리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가만히 바라보는 동안 저는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각자의 취향대로 나만의 정답을 내가며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네요. 그런데도 나와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말을 너무 신경 쓰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나와 당신들에게 각자의 초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막막한 순간, 다른 사람들의 위로를 구하기 전에 먼저 바라볼 나무 한그루 말입니다.


당신이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해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만 듣다 보면 나만 빼고 다들 잘 나아가는 것 같아서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때 순간적으로 큰 막막함에 빠지며 자신을 의심합니다. 내가 잘 살 수 있을지,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닌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것들 말이에요.


오늘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꿈쩍 않는 저 초록나믓잎들을 오랫동안 보다 보니 그런 의심들이 다 소용없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제 다시 자신을 의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유 따윈 없어요. 나답게 무식하게 그냥 믿는 거예요. 내가 글쓰기를 선택한 것. 앞으로 더 잘 쓰게 될 거란 것. 작가로 살게 될 거란 것. 내가 원하는 대로 살 것이며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


나를 의심하면 소소하게 자주 무너집니다. 자신을 의심하는 말들은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단지 조금 심한 말로 자기 자신을 괴롭히며 순간의 기분에 흔들리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나와 당신의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으면 막막한 순간에 당신이 무너지지는 않을 거예요. 내가 앞으로 잘할 거란 걸 믿을 테니까.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막막할 때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이 정답이라 우기는 말들에 흔들리기보다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잎을 봅시다. 그리고 나만의 취향과, 오늘 본 영화와, 그 영화를 보며 했던 생각들을 떠올리는 겁니다. 두서없이 떠오르는 나만의 생각과 기억들을 찬찬히 살피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순간에 행복한지 조금씩 알게 되겠죠. 당신이 자신에 대해 알아갈수록 앞으로 조금씩 덜 무너지게 될 겁니다. 무너지지만 않아도 우리 인생의 복병들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쓰는 아도르

사진, 글, 캘리그라피 ad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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