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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Jan 23. 2016

서른다섯의 기분

하나.. 둘... 다섯

믿기지 않아 세어본다. 하나.. 둘... 다섯.


특별히 숫자에 연연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초월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서른이구나, 서른둘이구나 했고, 특별히 자각하려 하지도 잊으려하지도 않았다.

조금 우울할 땐 '서른셋이나 되서'라는 핑계를 만들어 자신을 조금 힘들게 했지만 그건 그냥 그 순간의 이용심리 였달까.


여느때와 같은 겨울이었고, 여느때와 같은 새해였다.

늘 그랬듯 친구에게 "어떡해~~ 우리 이제 35다잉.." 하고 서른때부터 보내던 같은 패턴의 깨똑을 보내고 35라는 숫자를 쳐다보자 문득 '현실' 과 '타협'이라는 두 단어가 떠오르며 깨달음 같은것이 밀려왔다. 


35는 요물이었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타임머신의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과학적 증명을 찾기 시작했고

며칠째 잠을 설치며 십수년전의 아리송한 과거까지 들추어내 이불킥을 시전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35를 지나간 언니들에게 연락해 "언니.. 언니 원래 이런거예요?"라며 뻔히 들을 대답을 확인하고

35 아래이며 성공적 독립여성이 티비에 나오거나, 성실한 남자와의 소개팅에서 이쯤에서 굴복해야 하는 내 이상형의 꿈이 명확해질때는 이유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때 왜 나는 좀 더 참지 못했을까

그때 왜 나는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했을까

그때 왜 나는 변명했을까

그때 왜 나는 좀 더 계획적이지 못했을까

그때 왜 나는 좀 더 현명하지 못했을까

그때 왜 나는 말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어쩌면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인정하지 않은채로 꽤 오랜시간을 지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에 비친 내 35살의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이렇게 무너지는 일인줄 알았더라면,

어느 어린날 꾼 꿈속의 35살의 나와 이렇게 다를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스물다섯의 나는 이렇구나' '서른의 나는 이렇구나' '그래도 괜찮아' 라고 그때 그때 토닥거려 줄것을 그랬다. 거울속 내 얼굴에 35살의 주름이 생길동안 내 정신은 아직 스무살이진 않았는지, 스무살 정신에 가짓수만 많아진 생각들을 쳐내야 할 때가 온건지, 그 많은 가지들을 쳐내기엔 아직도 역부족이 아닌지, 역부족인 상태로 이 모든 가지들을 내 눈에 보이는 저 멋진 가지들처럼 기르지 못해 버둥거리다 넘어진 상처들을 애써 모른척하진 않았는지,

상상속의 가지들을 마치 가진냥 내 자신을 속이고 변명하진 않았는지,

그 모든것이 미안하고 안쓰럽고 대견한.


서른다섯의 기분



사진,글,캘리그라피 Ad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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