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배

le bateau des fleurs

by 미정의 서

파리의 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언니와 언니의 두 손에 들렸을 책 몇 가지를 기다리며 지나가는 시간을 세고 있었다. 문자엔 그 책들을 다른 작가 편에 보내고 언니는 이번 서울 방문이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언제나 유쾌하고 긍정적인 언니에게 왜 병이 찾아왔을까, 은퇴한 형부와 함께 내려간 마을이 편치 않았나, 백신 탓인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근심이 있었나, 별별 생각이 떠오르는 새벽을 보내고 언니가 깨어날 시간 즈음 전화를 걸었다. 아직 검사 중이고 진단명 역시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치료계획이나 일정도 미정이라 2월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니 답답하기만 하다. 최고의 기억만을 선물해 준 언니에게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기도할게'라는 말만 남기고 하루하루 진공상태로 보내고 있다.

뤽상부르 정원을 산책하다 따스한 정오의 볕아래 함께 마셨던 커피 향이 아직도 코끝에 남아있다. 늦여름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무모한 산책을 나섰다 캠든마켓에서 함께 기울였던 맥주잔의 청량함도 생생하다. 2년 전 이맘때쯤 언니와 함께 울산 바다서 남긴 사진이 며칠 간격으로 추천사진에 떠오른다. 언니와 다시 기록해야 할 시간들이 많은데, 올봄엔 나의 새로운 정착지에서 언니와 몇 일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모든 계획, 시간, 기억이 멈춰 섰다. 빈 마음에 자꾸 언니의 그림 한 점이 떠오른다. 붉은색 캔버스에 하얗게 띄운 꽃 배 한 척. 그 배에 오르면 언니에게 다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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