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카더라 그만 카더라

카더라 통신은 이만 꺼주세요

by 보슬비
견바견; 견주 by 견주


강아지를 기르면서 나의 인터넷 검색량은 200% 정도는 늘어난 것 같다. 처음 키워보는 생명체 이기도 하고, 우리 인간계와는 또 다른 영역이기에 더더욱 검색에 의지하고 남의 고견(!)에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전문가 책도 구매하여 다방면으로 도움들을 얻고 있다. 그런데 어느새 검색을 하고 또 하다 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견주에 따라 정보가 다 다르다는 거다. 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Q. 새끼 강아지를 집에 처음 데려왔을 때, 울타리를 설치해야 할까요?

A 견주님) 네! 울타리에 무조건 넣으세요, 그리고 짖거나 낑낑거려도 절대 쳐다보지 마세요. 그렇게 며칠만 지나면 적응이 됩니다. 이렇게 분리 훈련이 되어야 나중에 분리불안도 안 생기고 좋은 거예요. 자기 영역에서 편하게 지내는 거니깐요.

B 견주님) 무슨 소리? 강아지 학대하세요? 절대 울타리에 넣으면 안 됩니다. 강아지는 무리를 이루는 동물이에요. 혼자서는 살 수 없죠. 무조건 옆에 같이 있어줘야 해요.

C 견주님) 제가 강아지 15년을 키우고 지금 두 번째 강아지 키워봅니다. 제가 잘 아는 데 울타리 교육 꼭 필요합니다.

D 견주님) 울타리 교육 안 합니다. 너무 낑낑대고 힘들어해요. 저 강아지 3마리째 키워보지만 울타리 교육이라는 거 해본 적이 없습니다.

... 무한대 반복...


검색은 답을 주지 않는다.
수많은 선택지를 줄 뿐.


이러다 보니 검색의 시간도 1시간에서 3 시간... 5시간... 하루 종일 검색을 해도 결론에 다다르지 않는다. 심지어 위 견주님들처럼 블로그나 카페의 개인적인 견해뿐만 아니라, 유튜브에 전문가(훈련사, 의사 등)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 의견이 분분하다. 어느 견주의 의견을 들어야 할까. 강아지 1마리 키운 사람이 보다 강아지 3마리 키워본 사람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해야 할까. 일반인보다 전문가는 더 낫겠지? 그렇다면 어느 전문가가 더 나은 것인가. TV 출연 많이 하니까 공신력이 있나? 유튜브 조회수가 더 높으니 더 맞는 걸까. 검색은 답을 주지 않는다. 수많은 선택지를 줄 뿐. 그 수많은 선택지에서 우리가 판단하고 골라야 한다. 예를 들면 최저가 같은 거다. 우린 늘 수많은 검색을 통해 최저가라고 판단하고 구매하지만 사실 그게 최저가인지 모를 일이다. 수많은 정보들도 어느 정보가 정말 맞는 정보일지 모를 일이다. 개인 적으로 일반인보다는 전문가를, 적은 의견보다는 여러 의견이 나온 쪽(마치 다수결 마냥..)으로 기울어져서 정보를 선택하지만, 그 조차도 옳은 선택일지는 모를 일이다.


카더라는 제발 그만 카더라


사람에 따라 다 다른 이야기. 강아지도 생명체이기에 양육과 같은 공식이 없는 분야는 "1+1은 2다",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는다"라는 정확한 답이 있을 수 없다. 결국엔 견바견(견주 by 견주, 개 by 개)이다. 한 예로 일반적으로 어린 강아지들은 하루에 3-4끼를 주는 게 좋다고 한다. 공복의 시간이 길어지면 공복토를 하며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강아지는 1-2개월 추정인 새끼로 입양을 왔는데, 임시 보호해주던 병원에서 하루 3끼를 주고 계셨다고 해서 동일하게 3끼를 줬다. 뒷 발이 들릴 정도로 코를 박고 신나게 먹던 아이였다. 예방 접종을 위해 동네 병원을 추천받아 갔고, 의사 쌤은 하루 4끼를 주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셨다. 이후로 24시를 4끼로 나눠서 6시간마다 급여를 해주었는데, 그렇게 잘 먹던 아이가 갑자기 사료를 잘 먹지 않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사실 직접 강아지님께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예상컨데 자꾸 리필되는 사료에 사료에 대한 소중함? 흥미?를 잃은 것 같고 그래서 밥이 나왔을 때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진 것 같다. 지금 이밥을 먹지 않아도 항상 거기 있으니까. 4끼 먹는 게 좋다는 의사쌤의 의견은 우리 강아지에게는 맞지 않은 이야기였던 거다. 바로 개 by 개의 경우이다. 뿐만 아니라 2-3개월까지는 사료를 물에 불려서 주는 게 좋다고 하지만, 우리 개는 달랐다. 씹어먹는 걸 좋아하는 이 아이는 불린 사료는 먹지 않았다. 이 또한 개 by 개 아닐까.



미담(美談)보단 가십(Gossip)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보다 부정적 이야기에 열광한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강아지 견주들이 정보들을 교류하는 오픈 카톡 채팅방이 생겼다길래 들어갔는데 한 견주가 자기네 강아지가 중성화 수술을 했는데 겉에 거즈나 밴드를 붙여주지 않고, 또 진통제도 처방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거기에서부터 모든 견주들의 카더라 통신들이 발송되었다.


A 견주의 한마디) 오늘 저희 강아지가 중성화 수술을 했는데, 꿰맨데 위에 밴드를 붙여주지도 않고 진통제 약도 처방해주지 않았어요. 아플 텐데 진통제도 안 주는 게 맞나요?

B 견주의 답변) 밴드는 무조건 붙어야 해요. 왜냐면 오염될 수 있잖아요.

C 견주의 답변) 저 강아지 3마리 뒀지만 위에 밴드 안 붙여준 건 처음 봤어요. 먹는 약도 처방해줬는데

D 견주의 답변) 저희는 먹는 진통제 줬는데.. 엄청 힘들어해요.. 엄청 아플 텐데 약을 왜 처방 안 해줬죠?

E 견주의 답변) 저 간호사입니다. 밴드 무조건 붙여야 하고 진통제 당연히 처방해줘야 하는데 그 병원 이상하네요

... 또다시 무한 반복...


A 견주의 한마디에 많은 답변들이 우수수 달렸고, 분위기는 거의 그 병원이 나쁘다로 가고 있었다. 심지어 병원 쪽에서 일하는 간호사 견주의 답변은 잘못되었다에 더더욱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그래도 병원 의사 선생님 말을 믿어야 하지 않을까요? 강아지마다 처방도 다 다를 수도 있고요"라고 말했지만 소리 소문 없이 그냥 묻혔다. 부정적 여론이 조장된 곳에서 외로이 홀로 싸우는 긍정적 여론 소수는 묵살되는 편이다. 사람들은 더 부정적 생각에 더 동요되고, 자극적 의견에 더욱 동요되니까. 그런데 정말 그 견주들.. 아무리 요즘 잘못된 병원들이 많다 한들 진정 의사보다 믿을 만한 게 맞을까?


며칠 전 우리 집 강아지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는데, 바로 저 물음을 던진 견주네 처럼, 상처부위 위에 밴드를 붙여주시지 않았고 먹는 양은 항생제만 처방해주셨다. 진통제는 없었다. 물어보니 진통제는 주사로 이미 맞았고 24시간 정도 지속되고, 강아지는 24시간 정도 후에는 보통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해서 괜찮다고 한다. 그리고 상처부위는 우리 강아지의 경우 2 바늘 정도 꿰맸는데 덮어놓고 있으면 오히려 짓무르고, 또 밴드가 있다면 오히려 강아지가 더 뜯으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위와 같이 견주들 사이에 엄청난 논란이 있었던 중성화 수술 후 처방과 동일했던 우리 강아지는 현재 잘 회복하고 잘 지내고 있다.



라떼는 의견이지 정답이 아니다


라떼는 말이야~ 라던지, 내가 키워 봤는데~라는 등의 카더라 통신들은 이걸 꼭 명심해줬으면 좋겠다. 라떼는 '의견'이지 '정답'이 아니다. 라떼는 그랬을지 몰라도 강아지마다 또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 마치 본인의 생각이, 본인의 경험담이 마치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하지 말자. 정답이 아닌 의견으로 던져도 해당 견주는 충분히 고민스럽다. 수많은 라떼는 말이야 카더라 통신에서 어떤 걸 믿을지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답처럼 강요까지 하면 정말 혼란에 빠질 것이다. 물론 카더라 통신뿐만 아니라 의견을 구하는 본인들도 유의해서 들어야 한다. 일반인들의 조언은 경험담이고 의견일 뿐이다. 경험담과 의견은 참고만 하고 판단은 본인이 하고 결정하면 된다. 남이 정해주는 남의 라떼를 홀짝이며 살 건 아니지 않나. (물론 좋은 라떼(조언)는 향기롭고 맛있긴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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