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내는 강아지 목소리

사람을 현혹(?)시키는 매스미디어의 화법

by 보슬비

커뮤니케이션 회사에 다녀서 그런가, 의심을 잘하는 성격이라 그런가, 공상을 많이 하는 MBTI를 가져서 그런가, 나는 개인적으로 매스미디어가 사람들의 여론을 몰아가는 게 굉장히 싫다(아닐 수도 있지만 몰아간다고 음모론을 항상 품고 있다). 어떤 사건의 한 단면만 보여줘서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여론을 몰아가는 게 너무나도 눈에 보인다. 매스미디어뿐만 아니더라도 요즘 많이들 나오고 있는 폭로 글이라던지, 특히나 연예인들이라던지 잘 보면, 어떤 단어를 쓰면 사람들이 열폭을 할지 알고 그걸 이용하는 모양새들이 매우 싫다. 정보는 균등하게 그리고 감정을 빼고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그걸 판단하는 것은 독자/시청자/개인 이어야 한다. 판단할 겨를도 없이 여론을 몰아가는 건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그러한 여론몰이(?)는 강아지계에도 있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강아지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다?


인터넷의 어떤 짤을 보면, 문 앞에서 기다리는 강아지 그림 앞에 이런 멘트가 쓰여있다. "우리가 출근한 사이에 우리의 강아지는 꼬박 3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맙소사. 너무 슬프다. 내가 출근한 사이에 내 강아지는 3일이나 날 기다렸고, 강아지 시간의 3일이나 지나버렸다니. 마음이 찡하며 동요됐다가 갑자기 정신이 차려졌다.


평균적으로 강아지는 15년 정도를 살기 때문에 100세 인생을 사는 인간들에 비해, 강아지의 하루는 6배가 빠른 거라는 설명인데. 뭐 그렇게 숫자 계산을 단순하게 하면 그렇겠지만, 그렇다고 강아지가 우리보다 6배 빠른 시간의 속도를 느끼면서 살까? 그건 의문이다. 영화 속처럼 6배 빠른 인생을 산다면 사물의 속도도 6배가 빨라야 하고 블라블라. 그게 가능한 건지? 이런 게 바로 철저히 사람 관점에서 바라보는 강아지 아닐까.



반려동물 애호가는 사람 非애호가?


반려동물 사랑하는 마음 베리베리 오케이다.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기에 아주 바람직하고 맞는 소리이다. 하지만 유독 반려동물 애호가들을 보면 굉장히 사람 비애호가처럼 보인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람 시각에서 바라보는 강아지 이야기들은 견주들에게 무거운 죄책감을 짊어지게 한다. 보호소에서 유기견 입양 신청에 따른 심사만 해도 1인 가정, 맞벌이 가정은 거의 불가. 그 불가하다는 조항은 널리 널리 퍼져 강아지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1인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은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된다는 인식이 어느새 스멀스멀 만들어졌다. 그래서 사료값을 벌러 출근하는 것도 어느새 죄책감으로 몰려오고, 출근해서도 강아지를 지켜볼 수 있는 홈캠(CCTV 등)이라던지 강아지 유치원들이 요새 대세가 되었다. 내 몸이 너무 아파도 1일 1 산책은 반드시 해야 하고 값싼 사료를 먹이는 견주는 나쁜 견주처럼 치부된다.


이런 것도 있다. 산책 중 만난 사람이 "강아지 목줄 좀 짧게 잡아주세요"라고 이야기했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일부) 반려동물 애호가들은 아니 우리 개가 무는 개도 아니고, 이 산책로가 자기만 지나가는 길도 아닌데 무례하다고 화를 낸다. 그런데 감정을 싹 빼고 그냥 텍스트만 보면, 저 사람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일전에 물린 기억이 있을 수도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비둘기님들을 무서워하듯 개가 무서울 수 있는 거다. 그런 차원에서 같이 사는 사회에서 견주가 당연히 배려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그냥 내 강아지에 대한 조금의 코멘트도 마치 '어택'인양 받아들이곤 한다. 물론 대부분 다 그렇다는 게 아니고 이런 과밍반응을 보이는 분들은 아주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분이라 규모에 비해 더 크게 보이는 것 같다.(마치 기독교도 좋은 종교지만, 일부 사람들로 이해 퇴색되어 보이는 것처럼..)



사람도 반려동물도 함께 행복해야 한다


나는 반려동물은 사랑하고, 우리 집 강아지를 정말 사랑하지만 반려동물이 행복해야 하는 만큼 함께 사는 사람도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려"라는 의미는 "함께"해야지 누구 하나만 행복해서는 안된다.


강아지를 혼자 두는 시간을 적게 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무리 지어 살아가는 강아지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들을 좋아하고 또 필요한데, 그렇다고 1분 1초도 혼자 남겨지면 안 되는 걸까. 물론 엄~~청 오래는 안 되겠지만. 요즘은 강아지를 대부분 집에서 기르고 있지만, 그냥 일반 짐승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들은 산에서 들에서 24시간 다른 강아지와 붙어있고, 떨어지면 몸서리치게 못 견디는 것이 맞는 이야기일까? 실제로 강아지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떤 까페를 보면 누군가가 "3시간 정도 외출하려고 하는데 강아지 혼자 둬도 괜찮을까요?"라고 질문을 남겼는데, 일부 사람들은 "아니요, 절대 안 됩니다"라던지 "저는 10년 넘게 키웠지만 3시간 비운적은 절대 없어요, 같이 동행하시는 건 어떤지요?"라는 등의 답변이 온다. 그리고 이렇게 혼자 두는 시간이 절대 있으면 안 된다는 여론이 대세가 되면, 24시간 중 3시간만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견주는 내가 강아지에게 몹쓸 짓을 했나 하는 죄책감이나 슬픔을 갖게 되는 것이다. 왜 이렇게 불행의 씨앗들을 뿌리고 다닐까. [ 3시간 비웠어 -> 나는 나쁘다 ]가 아니라 [ 3시간 비웠어 -> 그러니까 산책 2배로 가자 ]가 되어야 한다. 사람도 강아지도 서로서로 배려하고 양해하고 또 그만큼 이해해주고 고마워해 주고 그런 관계가 정말 반.려. 아니겠나 싶다.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놈의 카더라 그만 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