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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Dec 25. 2018

#1. 퇴사 후 가이드라인

D-9 퇴사를 앞두고

D-9

퇴사를 앞두고 퇴사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했다. 외국에서 한 달 살기, (나에게는) 거창하게 느껴지는 뭐 이런 것을 해야 하나. 퇴사 후 망가진 일상을 보내던 친구를 봐왔던 지라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획을 짜려 할수록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어느 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이러면 왜 쉬겠다고 한 건가, 내 자신이 한심해졌다.


그러다 문득 가만히 좀 있으면 안되나, 무언가를 계속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를 더 피곤하게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 것도 안 하면 게으르다고 자신을 자책하고 하루를 쓸모 없이 보냈다고 후회하는 거 아닐까.


그래서 결심했다.
퇴사 후, 아무 것도 하지 말자고. 지금 이 회사가 싫어 도망쳤고, 도망친 김에 쉼표를 찍자고 진작에 다짐했었으니까. 그러니 어떤 계획 속에 나를 가두지 말자고.


다만, 몇 가지 가이드라인만 가지고 지내기로 했다.

첫 번째, 끝의 시점에서 현재를 바라볼 것.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 퇴사 후 시간도 언젠가 분명 끝날 시간이다(안 끝나면 어쩌지…?). 끝의 시점에서 내가 보낸 시간들을 반추했을 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시간을 보내자.


두 번째, 매일매일을 기록할 .
당장 이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앞으로 몇 십년은 더 일을 해야 하는데 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보듬어 주자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여태까지는 쫓기듯이 회사에 들어가 회사에 맞추며 살았는데 이제는 내가 원하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고민하고, 그런 회사를 찾자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그렇게 재취업을 하고 나면 아무래도 내 인생에서 이런 시간을 다시 갖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니 이 소중한 시간을 때때로 꺼내 볼 수 있도록 기록하자.


2019년 1월 1일, 나는 백수가 되고 34살이 되겠지. 두렵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기다려지기도 하는 내년의 시간들 – 무튼 이 두 가지를 잊지 말고 잘 지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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