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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Dec 25. 2018

#2. 퇴사를 결심한 이유

나만의 속사정

나는 7년차 마케터다. 브랜드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을 한다. 올해 상하반기에 캠페인을 담당하고 진행했다. 나의 업이 나는 꽤나 좋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고민과 기획, 협업이 필요해 꽤나 힘든 일이긴 하지만 브랜드가 광고 등의 제작물로 고객에게 소개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는 일이 즐겁다. 이 회사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항상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왜 퇴사를 하겠다고 한 걸까. 맡은 브랜드에 회의나 의심이 들었던 것도 아닌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싫은 것도 아닌데. 이직할 곳을 알아본 것도 아닌데. 나는 서둘러 퇴사를 하겠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 일까.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 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안타깝게도 장점이 아닌 단점 때문이었다. 체계, 보고, 실적의 압박이 크지 않다는 점, 마케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웃기게도 이 회사의 매력이었다. 쉬엄쉬엄 다닐 수 있는 회사 같았거든. 그런데 단점들도 모이니 시너지를 내더라. 체계나 보고, 실적 압박이 없으니 방향성이 없었다. 그래서 권위자의 말이 방향성이 되어 이리저리 흔들리게 됐다. 마케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의 중요성을 모른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걸 알게 되었다.    


중요한 건 단점에서 찾은 회사의 장점이 나의 발전을 막는다는 걸 어리석게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서야 안 거라도 다행이긴 하다..) 이 사실을 깨닫자 마자 나가야겠다, 고 생각했고 상사에게 달려가 속사포처럼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 그 어떤 대안을 내게 준다고 해도 난 떠날거야, 라고 선포하듯 말했다.


퇴사를 말하고 후회하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직할 곳이라든지 어떤 대안도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후회한다는 마음이 이 회사에 계속 남아있고 싶어, 가 아니기에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 더 집중하자고. 집중하고 정리한 것들을 앞으로 이 브런치에 하나하나 풀어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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