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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Dec 27. 2018

#3. 퇴사, 내 인생의 휴지기

퇴사 후 바로 취업하지 않는 이유

오랜만에 채용공고 앱을 켰다. 이직할 곳을 알아보기 위해서(내가 알아본다고 바로 이직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_^).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채용공고 자체는 넘쳐나는 것 같았다. 주말에 꼼꼼히 살펴보고 지원해야지, 했다.


문득 왜 이렇게 급하게 이직할 곳을 알아보는 거지, 궁금증이 생겼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이 루틴한 일상이 깨지는게 싫어서? > 아닌듯

일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워커홀릭이라서? > 절대 아님 ^_^


생각할수록 이유는 하나였다.

매달 25일마다 받던 월급을 못 받게 되어서.

그게 두.려.워.서


월마다 나오는 급여로 사는 삶에 익숙해져 이것 하나 사라지는 게 두려워

쫓기듯이 이직할 곳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커리어를 더 쌓고 싶어서, 와 같은 이유라도 있으면 멋이라도 날 텐데.

월급을 못 받는다는 것 때문이라니 너무 현실적이어서 씁쓸하고, 내 자신이 불쌍했다.


월급때문에 빠르게 재취업을 원하는 거라면

나중에 아무리 많은 여유가 생겨도 난 쉬지 못할 거라는 생각,

계속 해서 이 월급쟁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구직 활동을 당분간 그만 두기로 했다.


돈을 벌진 않아도 벌어 놓은 돈을 아껴 쓰면 되니까


그러면서 내게 휴식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작 직장생활 7년차가 웬 휴식이냐고 누군가는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알바를 해왔다. 수험생 시절을 제외하고는 방학과 학기 중,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20년 가까이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적어도 30년 이상은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휴식을 주기로 했다. 앞으로 더 일을 해야 하니까 잠깐 쉬었다 가자고. 이렇게 계속 일하다간 내 인생이 번아웃될 것 같아서.


한 가지 더,
쉬면서 내게 맞는 회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

여지껏 내가 회사를 고르는 기준은 단순했다.

내가 월하는 일인가?

내 수준에 적절한 연봉인가?


이 두 가지만 맞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할수록 조직 문화가 나랑 안 맞아, 이 회사가 도대체 무얼 하자는 건지 모르겠어, 라는 말을 숨 쉬듯이 뱉으며 든 생각.

나랑 조직문화가 맞는 회사를 찾아야겠구나.

회사의 비전과 나의 비전의 방향성이 일치하고,

비전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겠구나.

생각해보면 물건 하나 살 때도 가격과 용도만 맞다고 바로 사진 않는데, 컬러와 디자인이 내 스타일인지 필요하고 갖고싶은게 맞는지 다 따지는데-

하루 중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는 이렇게 단순하고, 관대하다니-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래서 나는

나를 되돌아보며 쉬고,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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