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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Jan 01. 2019

#4. 마지막 출근 날

아무튼 이로써 정말 퇴사해버렸다.

지난 월요일 아침, 퇴사를 하는 날이라 홀가분하고 좋을 줄 알았는데 – 퇴사하는 날까지 월요병이 나를 괴롭힌다. 이 월요병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하고 위험한 이불 밖으로 나와 출근 준비를 했다. 계속된 늦잠으로 요즘은 아침을 거른 채 출근하곤 했는데,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출근 전 아침도 차렸다. 아침은 짜장라면. 밤에 라면이 부담스러워 언젠가부터 아침에 종종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유난히 춥고 쓸쓸한 마지막 출근길이자 2018년 마지막 날, 쉬는 직장인들이 많은지 평소보다 지하철은 덜 붐빈 느낌이었다. 우리 회사도 전사 휴무였다. 연차가 없는 직원들만 출근했다. 그래서 사무실이 평소보다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사실 출근 마지막 날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인수인계도 진작 마쳤고 또 전사 휴무인지라 미팅도 요청 업무도 없다. 그래서 차 마시고, 책 읽고 옆자리 동료와 이야기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당분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겠노라 했지만 우연히 본 채용공고에서 마음에 드는 회사가 있었다. 분야도 조직문화도 나랑 잘 맞을 것 같아 지원했는데, 오후에는 서류 통과 소식과 함께 과제 요청 메일을 받았다. 그래서 오후엔 곧 세이 굿 바이 할 회사에서 세이 헬로우 하고픈 회사의 과제의 초안을 잡았다.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잘 가 어느덧 퇴사시간. 껌딱지 같던 노트북과 사원증을 반납했다. 몇몇 동료들이 문 앞까지 나와 인사를 해주었다. 나는 아직도 이런 인사가 너무 어렵다. 괜히 아쉽고 미안한 마음에, 회사에서 만난 만큼 다른 곳에서는 쉬이 만나지 못할 테니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내가 떠나는 주제에) 서운한 눈물이 날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급하게 회사를 떠났다.


여러 회사 생활을 해서 일까. 예전엔 퇴사하는 날, 마음이 너무 싱숭생숭하고 그랬는데 사실 지금은 별다른 감흥이 없다. 곧 떠나려고 예약해둔 비행기 티켓의 설렘 때문에 묻힌 건지, 아님 연말연시 분위기에 취해서 퇴사에 대한 감흥이 무뎌진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로써 정말로 퇴사해버렸다. 앞으로의 생활이 어떨지 나로서는 예측할 방법이 없다. 담담하게 나의 일상을 살아가고, 써 내려가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는 것 밖에는. 나 자신에게 올 한 해도, 이 회사에서도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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