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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Nov 05. 2019

#16. 일이 하고싶어 졌다.

다시 회사원이 되었다.

더운 여름 즈음, 일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다시 사회로 나가 회사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 다시 일을 하지 못할까, 두려움도 조금 있었지만 그보다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정말 강했다. 사원증을 매고 종종 걸음으로 출근하는 일, 한 손에는 모닝 커피를 들고 한 손으로는 PC 전원을 켜는 일, to do list를 정리한 뒤 업무를 시작하고 처리한 업무는 펜으로 줄을 쫙쫙 그어내는 일, 동료들과 갑론을박을 펼치며 회의하는 일, 디렉션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일, 그리고 일이 싫다고 하면서도 일을 기어이 내 것으로 만들어 해내는 일까지 모든 것이 그리웠다.
 
 하지만 이력서를 쓰고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정리하는 일은 귀찮았다. 꾸역 꾸역 정리를 해냈다. 지원한 곳을 찾는 일은 어려웠다. 그동안 늘 고민해왔던 것,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좋은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내 마음과 회사의 조건을 재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 하고 싶은 일은 안정적이지 않은 곳들이 많았다. 좋은 일은 원하는 연봉 조건을 맞출 수가 없었다. (물론 그쪽에서도 날 거절하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하기로 했다.
 
 이렇게 나는 다시 사회로 나와 회사원이 되었다. 지난 백수생활이 내게 많은 자양분이 되어 회사 생활도, 일 상 생활도 잘 해낼 거라 생각했는데,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반성해보니 사실 엉망이 되었다. 소소하게 지켜왔던 여러 나의 일상 습관은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무너졌고, 어렵게 형성한 긍정적인 사고도 다 망가졌다. 여름 끝물에 걸린 감기는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혀 결핵을 의심하는 상황에 이르러 몸도 안 좋아졌다. 월급날이면 통장에 찍힌 액수를 들여다보며 이 돈으로 몇 달을 놀 수 있지, 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다시 사회로 돌아가 일도 일상도 즐겁게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해피 엔딩을 꿈꿨던 것 같은데 역시 해피 엔딩은 동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 듯하다.
 
 회사 생활을 다시 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회사와 일상 ‘생활’에 많은 고민이 드는 지금,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도 일상 생활도 나의 기준대로 잘 해내고 싶다. 그래서 글로 기준을 정리하고, 나의 생활을 기록하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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