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집이 반가울 수 있도록, 방콕의 집이 그리울 수 있도록
파타야에서 맞는 네 번째 아침.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우리가 파타야에서 하루 더 머물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어제 방콕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차편을 구하지 못해 하루 더 머물렀다. 중요한 건 오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 오늘도 차편을 못 구하면 하루 더 파타야에 있기로 했다. 방콕으로 돌아가도 그만, 하루 더 머물러도 그만. 이래도 저래도 좋다는 마음으로 여유를 부려 보기로 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일단 체크아웃했다. 카페에 들러 멍하니 시간을 보내니 다시 배가 고파졌다. 남편이 예전에 뚫어놓은(?) 치킨 라이스 식당에서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다. 그 뒤로도 별다른 계획이 없는 우리, 다시 카페에 갔다. 나는 일기를 쓰고, 남편은 차편을 알아봤다. 그리고 다행히 방콕행 차량을 구할 수 있었다.
두 시간 남짓 차를 타고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와, 드디어 집이다”라는 말이 동시에 나왔다. 웃겼다. 방콕에 머문 것도 겨우 열흘 남짓, 고작 며칠 호텔을 전전했을 뿐인데, 다시 돌아온 방콕의 ‘숙소’가 어쩐지 긴 여행 끝에 돌아온 ‘집’처럼 느껴졌다.
눈에 익은 동네 풍경, 파타야와는 다르게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내 몸이 기억하는 침대 매트리스의 강도, 손에 익은 수압과 물 온도까지 - 모든 게 낯설지 않고 편안했다. 우리의 살림살이가 제자리에 있다는 사실도 기껍다. 깜빡하고 파타야에 가져가지 못한 화장품이 제자리에 그대로, 화장품을 듬뿍 덜어내 바르며 지친 몸을 토닥였다. 일회용이 아닌 우리의 젓가락과 식기로 밥을 먹는 것도 이상하게 큰 안정감을 주었다. 그래, 이 공간을 ‘숙소’가 아닌 ‘집’이라 부를 만하다.
저녁엔 함께 유튜브를 보며 식사하고, 각자 시간을 보냈다. 익숙하고 편안한 이 시간과 공간도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주일 뒤면 이곳에서의 생활이 끝난다. 며칠간 짧은 여행을 하고 나면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친구가 한국은 한파라고 했지만, 그 말도 어딘가 먼 나라 이야기 같다. 가끔 시어머님이 비어 있는 우리 집을 점검하며 보내주시는 사진을 보면, 괜히 기분이 이상하다. ‘아, 한국에 우리 집이 있었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기 살았는데.’ 우리의 터전은 분명 그곳인데, 지금은 어쩐지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한국에 돌아가 집에 도착했을 때, 하게 될 말을. 분명 우리는 “와, 드디어 집이다.”라고 말하겠지. 낯익은 풍경과 분위기, 모든 감각을 편안하게 만들 공기와 냄새, 포근하게 우리를 껴안아 줄 익숙한 공간들과 그대로 남아있는 우리의 흔적들이 한껏 기꺼울 것이다. 그러니 남은 시간 동안, 방콕의 집을 더 깊이 누려야겠다. 한국의 집이 격하게 반가울 수 있도록, 그리고 방콕의 집이 사무치게 그리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