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 돌아갈 수 없었다.

여행이 알려준 삶의 태도

by 백수쟁이

연말연시 여행으로 파타야에 왔다. 새해 카운트다운을 조금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는 남편의 제안이었다. 며칠 전부터 이곳을 검색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이동 수단을 알아보던 그의 분주함엔 설렘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해외에서 처음 보내는 연말연시이기도 하고, 예상에 없던 여행이라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짧은 일정에 우여곡절이 꽤 많았다. 전날 남편과 다툰 뒤, 마음이 풀리지 않은 채 터미널에 갔다. 고속버스를 타려던 계획은 시작부터 틀어졌다. 수많은 인파에 질식할 것 같았고, 더러운 길바닥과 비둘기 떼에 털끝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버스는 예정 시간보다 한참 지체되어 도무지 언제 출발할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버스를 포기하고 그랩을 탔다.


몸도 마음도 지친 채 파타야에 왔다. 우여곡절은 그 뒤에도 계속되었다. 무례한 호텔 직원과 썽태우 바가지요금,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정 연장까지. 방콕으로 돌아가는 차편을 구하지 못해 파타야에서 하루 더 머물게 되었다. 지치고 짜증이 나려 했지만, 그때마다 애써 마음을 고쳐먹었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안 날 일. 혹은 분명 웃으며 회상할 에피소드가 될 텐데, 이깟 일로 기분과 시간을 망치지 말자.’


이 생각 하나가 우리의 여행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해변으로 모인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함께한 카운트 다운과 머리 위로 터진 불꽃에 피로는 금세 잊고 황홀해졌다. 새해 첫날 바가지요금을 내고 탄 썽태우는 액땜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좋더라. 이 정도면 꽤 가볍고 사소한 일로 액땜한 거니까. 방콕 차편을 구하지 못해 하루 더 머물게 된 파타야는 뜻밖의 선물 같았다. 급하게 잡은 숙소는 창문 너머로 오션뷰가 펼쳐졌다. 스쿠터를 빌려 해안가를 따라 밤 드라이브도 실컷 하고, 라이브 공연을 보며 맥주도 한잔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루 더 머물길 진짜 잘했잖아. 이 하루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돌이켜보면,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감정을 소모하기보다 내 기분을 다독이는 방법을 찾는 게 언제나, 그리고 훨씬 유익했다. 그 선택은 곧바로 뜻밖의 행복도 데려오니까. 그러니 생각되지 않은 여행에 당황하지도 짜증 내지도 말자. 예상에서 벗어난 순간마다, 예상보다 더 좋은 장면을 만나게 될 테니. 여행이 다시 한번 삶의 태도를 알려 주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