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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Dec 26. 2019

#18. 2019년 일상 리뷰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2019년. 2010년대의 마지막 연말이라는 말을 들어서 인지 괜히 더 아쉽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성큼성큼 가버리는 한 해가 아쉬워 오늘은 2019년 한 해를 돌아보려 한다. 


2019년 1월 1일, 새해의 문을 백수로 열었다. 새해 아침, 혼자서 신사동에 위치한 설렁탕 집을 찾았다. 추운 겨울, 술 한 잔 하고 싶은 겨울날이면 이따금씩 찾던 곳인데 이날은 술 없이 설렁탕만 먹었다. 아마도 백수의 새해를 든든하게 시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다시 일을 하고 있으니 백수 생활이 아련하게만 느껴지지만, 당시에 나는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었더랬다. 백수 일상이 두렵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다.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을 때면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고, 이상한 우월감이 들 때도 있었다.

종종 짧은 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당연히)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침 스트레칭이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해 나를 씻기고, 집 안 청소를 하는 일, 데일리 Q&A와 아침 일기를 쓰며 차 한 잔 하며 아침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의 끼니는 집에서 해결했다. 가족들이 챙겨준 식재료로 알뜰 살뜰. 선물 받거나 여행지에서 사온 커피 한 잔을 준비해 영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고, 캘리그라피 연습을 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저녁, 한때는 저녁마다 영화를 보며 맥주를 즐겨 마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일상을 그만두었다. 술을 마시니 다음 날 아침에 배가 계속 아팠기 때문이다. 대신 날이 좋을 때면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몇 년 동안 박제해둔 위시리스트의 몇 가지 일도 시작했다. 할머니와의 여행, 나 홀로 외국 여행, 남동생과의 여행 등 여행에 관한 것들도 있었고, 공부와 관련된 것도 있었다.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어 시작한 토익 공부나 13년째 외면하고 있던 졸업 논문을 쓰는 일이었다. 또 쫄보인 내가 운전면허를 땄고, 이제는 곧잘 차를 끌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취미생활에 관한 것도 있다. 어려서부터 해보고 싶던 클라이밍도 올해 경험해봤다. (고작 한 번이지만) 내년엔 정기적으로 클라이미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킥보드를 타거나 강연을 듣는 일, 친구와 향초를 만드는 일도 했다. 


글쓰기도 시작헀다. 글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어 이 브런치도 시작한 것인데,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성실하게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우연한 기회에 원고 알바를 하게 되었다. 귀여운 원고료이지만 내가 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올해 나는 나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 소소하지만 나를 지탱해주는 일부분이 될 그런 습관들. 예를 들어 아침 스트레칭과 샤워, 청소, 기도와 말씀 묵상 같은 것들. 그리고 1시간 이상씩 공부하기나 주 2회 이상 자전거 타기 등등. 가히 습관이라고 할 수 있을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다시 회사 생활을 시작하니 이런 습관이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힘없이 뭉개졌다. 하루 이틀 미루고, 한두 번 미룬 것 같은데, 습관이 없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습관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내년에 또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고. 


한 해가 간다. 올해는 왜인지 술로 가득한 송년회 약속이 없다. 내가 피한 약속도 있고, 나를 피한 약속도 있겠지.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술이 아닌 글로 돌아보고, 여러 생각을 정리하며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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