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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Jan 21. 2020

#21. 집순이가 집에서 매일하는 다섯가지

이번엔 내가 매일 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았다. 

지난 번엔 내가 집에서 절대 하지 않는 다섯가지에 대해 썼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집에서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집에서 매일같이 하는 것도 있을 터. 오늘은 내가 집에서 매일하는 것들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기상 후 무조건 씻기]
 예전엔 외출 계획이 없는 날이면 세수도 않고 하루를 보냈다. 헝클어진 내 모습을 볼 사람이 없으니까, 그리고 귀찮으니까. 이렇게 매일 씻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작년 백수로 지낼 때였나. 씻지 않으니 편하긴 했으나 내 꼴을 보기가 싫더라. 거울을 보지 않더라도 헝클어진 내 모습이 온 감각으로 느껴졌다. 헝클어진 채로 있으니 하루가 내내 헝클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매일 씻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씻는 일,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생활복과 잠옷 구분하기]
 잠옷=생활복이던 때가 있었다. 옷 하나로 주방일도 했다가 공부도 하고 잠자리에도 드는. 언젠가 요리하다 기름 냄새가 잔뜩 밴 옷을 입고 침대에 올라갔는데 너무 찝찝했다. 그래서 따로 구분을 짓게 되었다. 생활복과 잠옷이라고 해서 특별하거나 예쁘지도 않다. 그냥 정말 구분. 그런데 신기하게도 옷을 갈아 입을 때면 기분이 달라진다. 특히 기상 후 생활복으로 갈아입으면 기지개를 켠 느낌이 들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불 정리하기]
 아침에 눈을 뜬다. 침대에서 내려와 생활복으로 갈아입는다. 바닥에 앉아 스트레칭과 요가를 한다. 이불 정리를 한다. 보통 나의 아침 일상이다. 이때 제일 기분이 좋은 건 창문을 열고 이불 정리를 할 때다. 그제서야 어제의 잠자리에 잘 잤어 고마워, 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봄 여름, 이불이 가벼울 땐 이불을 접어 놓는데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이불이 무거워 펼쳐서 정리해 둔다. 
 
 [요리 중 설거지하기]
 요리가 힘들었던 때가 있다. 요리를 하다 보면 기다려야 하는 시간들이 생긴다. 물이 끓을 때까지, 재료가 익을 때까지 난 이런 기다림이 지루했다. 또 식사 후 치우는 일은 너무 귀찮았다. 배가 불러 몸은 나른해졌는데 싱크대는 난리가 났다. 설거지할 게 산더미인 거다. 10분 남짓한 식사를 위해 식사 전엔 요리하며 몇 십분을 기다리고 식사 후엔 치워야 하는 것들에 쉬지도 못하고. 요리를 하면서 설거지를 하자 이 모든 것이 해소되었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설거지를 하지 지루하지도 않고, 식사 후 치워야 할 것도 적어져 설거지에 부담이 덜어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집에서 커피 마시기]
 부모님과 함께 살 때 나는 매일같이 커피숍에 갔다. 집에서는 집중이 안 된다는 핑계로 커피숍에서 책을 보고 노트북도 하곤 했다. 이게 습관이 되었는지 독립을 하고 나서도 곧잘 커피숍에 갔다. 이상했다. 이 집에 나 혼자 있는데 집중이 안된다고 커피숍에 가다니? 돈도 아까웠다. 커피 한 잔에 적어도 4천원 이상 하는데 한 달이면 이게 얼마야. 커피숍을 가기 위한 준비 과정도 귀찮았다. 썬크림을 바르고, 옷을 갈아입고, 커피숍에서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과정들. 게다가 선물로 받은 커피들이 집에 넘쳐났다. 그래 집에서 한 번 마셔보자, 한 것이 커피숍을 끊게 만들었다. 밖에서 약속이 있어 가는 것이 아닌 이상 더 이상 커피숍을 가지 않고 집에서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집에서 매일 같이 내가 하는 다섯 가지는, 사실 작년 백수로 지낼 때 생긴 습관들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터라 이때 생긴 습관들이 많다. 다행히도 회사원이 된 이후에도 이 습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고 있는’ 나와 ‘하지 않는’ 나를 살펴보는 일이 참 재미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으로만 나를 규정짓곤 했는데 나를 표현하는 다른 방법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도 종종 내가 어떤 것을 하고, 또 어떤 것을 하지 않는지 살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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