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수쟁이 Jan 09. 2021

#31. 2021년 새해 계획을 세웠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하여

2021년, 서른여섯이 되었다. 서른여섯은 삼십 대 중반인가 후반인가 헷갈리는 나이가 되었다.새해가 되면 으레 나이를 먹는 것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든다고들 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 나이를 먹거나 늙는 것에 대해 우울한 감정이 없다. 오히려 만족하는 편이다. 쓰나미 같은 청춘보다는 잔잔한 파도 같은 주름살이 나는 더 좋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이 든 나를 좋아한다.


하지만 2021년 새해엔 마음이 영 울적했다. 나이 때문이 아니라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하루 종일 쓰고 있는 이 마스크를 벗어던지게 될 날에 대한 희망 말이다. 백신이다 뭐다 말이 많지만 와닿지가 않았다. 해는 새롭게 시작하는데 마스크 일상은 그대로였다. 


새해 계획을 세워야 했다. 이러다가는 우울의 구렁텅이로 빠질 것 같았으므로.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새해 계획을 세울 때, 계획에 대한 표어 비스무리한 문장을 함께 고민한다. 가령 2019년엔 (그때는 회사 생활을 때려치우고 지친 나에게 휴식을 주는 시기였으므로) '일상으로의 회복'이라는 문장을 만들었다. 작년 2020년에는 (회사 생활을 다시 시작한 시기여서) '나만의 일상 습관 만들기'라는 문장을 정했었다. 그리고 올해 2021년 문장을 고민했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하여.


'지속 가능한 삶'이란 워딩이 왜 떠올랐을까. 평소에 많이 쓰는 워딩도 아니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한 번 떠오른 이 문장은 계속 나를 맴돌았다. 


나에게 있어 지속 가능한 삶이란 무엇일까. 마인드 맵으로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갔다. 여러 단어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자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희미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때까지 계속 할 수 있는 힘.


이거였다.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때까지' 할 수 있는 '힘' 이걸 생각하니 내가 올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명료해졌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니 울적한 마음이 사라졌다.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때까지 할 수 있는 힘, 지속 가능한 삶은 위해서 우선 나는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 먼저 떠올랐다. 나는 툭하면 나 자신과 싸워야 하는 운동(헬스)과 공부가 제일 싫다는 궤변을 뱉으며 운동과는 담을 쌓았었다. 한 번쯤 해볼 법한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도 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하는 거라곤 자주 목에 담이 와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요가, 그리고 클라이밍인데 거리두기로 클라이밍은 진작에 홀딩 되었다.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운동과 식단 관리에 대한 욕구가 샘솟았다. 요즘은 운동 시설을 이용하기가 힘들어 하루 한 시간씩이라도 산책을 하곤 한다. 남들 다 한다는 홈트도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건강 다음으로 생각한 건 신앙이다.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뒤, 예배에 집중도 잘 안되고 아침 저녁으로 하는 기도와 말씀 묵상도 스킵하기 일쑤. 오랜 기간 동안 다니지 않던 교회를 다시 다니기 시작하면서 좋아진 게 참 많은데, 신앙생활을 일관되게 지속하는 건 왜 이리도 어려운지 모르겠다. 한 때 썼던 설교 노트와 주차 별로 정리하는 기도 노트를 다시 꺼내야겠다. 


환경에 대한 것도 내가 바라는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드는 데 주요한 이슈이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나 산을 오래오래 마주하고 싶어서다. 환경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공부를 하지는 않지만 나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환경 문제를 줄이고 싶다. 이건 진짜 너무 소소한데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한다든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건 너무 자잘해서 환경 문제에 대해 책을 읽거나 콘텐츠로 스터디를 좀 해야겠다.


지속 가능한 삶에 있어 일도 빠질 수가 없다. 작년에 나는 5년 뒤에 회사 생활을 졸업하겠노라 마음을 먹었다. 회사 생활을 안 하겠다는 거지 일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닌데,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올해는 일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시도해 봐야지. 


지속 가능한 것 중 내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바란 것은 아마도 새벽 기상일 게다. 작년부터 새벽 기상을 해보려 매일 같이 시도했지만 매일 같이 나를 좌절하게 만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벽 기상을 하고 있다. 5시에 일어나는 것이 목표인데, 겨울은 많이 어둡고 추우니까(무슨 논리지?) 일단 6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 감사하게도 이번 주는 4번이나 성공했다. 좌절한 기억보다는 성공했던 걸 기억하며 계속 시도해야지.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하여,라는 거창한 말을 생각해 놓고는 내가 바라는 건 좀 시시해 보인다. 이건 내가 여태 시시한 것도 지속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올 한 해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곱씹으며 이 시시한 것들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수시로 돌아봐야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해 봐야지. 시시한 것부터 잘 해보자.


아참, 꾸준히 브런치에 글 쓰는 것도 내가 원하는 지속 가능한 삶에 포함된다...!


작가의 이전글 #30. 올해가 다 지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