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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Jan 04. 2019

#6.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무도 없는 섬으로

새해 다음날, 혼자서 떠난 제주

새해에 대한 목표는 세우지 않았으므로 퇴사 후 계획도 없었다. 다시 말해 제주 여행도 내 계획에 없었다. 새해를 며칠 안 남겨둔 어느 날, 얼떨결에 잡힌 새해 첫 일정. 1월 10일 일정이었는데 이 일정이 괜히 내 발목을 잡는 기분이었다.


아오, 이것 때문에 유럽 여행을 갈 수가 없잖아(살면서 유럽 여행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면서 ^_^)

영어 학원 다니려고 했는데 이번 달은 글렀군?!(공부 안 할 핑계가 필요했나 보다 ^^;)

뭐 이런 식.


이러다가 10일까지는 집에만 처박혀 있을 것 같은 불안감에 떠나기로 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곳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를 골랐다. 이런저런 이유로 언젠가부터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꼭 오기에 익숙하다 할 수 있는 곳. 그런데 혼자서 여행한 적은 없어 한 편으로는 새롭고 낯선 곳이었거든, 제주가.

집에 아무도 없는데 뭣 하러 또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가냐고 지인이 물었다. 집엔 아무도 없이 일상과 고민만 있으니까, 그런데 거기엔 아무도 없어도 낭만이 있으니까.

제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는 왠지 모르게 슬펐다. 설렘으로 가득한 여행객들 사이에 나 혼자라는 생각에 문득 외로워졌던 건지, 연락을 안 하고 지내는 애인이 미워서인지, 몇 시간 전에 시작한 금연 때문에 초조해진 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는 채 슬픈 마음을 안고 제주에 왔다. 지난 수요일에 왔으니까 3일 차가 되었다.


오늘도 골목길을 걷고, 바다를 보고, 차를 마시며 책을 본다. 풍경을 보며 멍 때리다가 사진을 찍고 떠오른 생각을 글로 옮겨보기도 한다. 행복하다기 보다는 충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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