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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Apr 08. 2023

#83. 건강해질 결심

슬프다. 돈도 시간도 아닌 체력이 안돼서 하고 싶은 것을 못 한다는 건.

얼마 전 올해 하고 싶은 일들을 두서없이 마인드맵을 했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건강관리이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한 두 달 사이에 변했다.


계기가 있었다. 어느 때처럼 일을 하고 있던 지난 2월, 담배 피러 갈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갑자기 어지럽고 눈앞의 모든 광경이 흔들렸다. 당황스러웠다. 방금 전까지 아무렇지 않았는데 반듯하게 혼자 걷는 게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주위에 여러 병원을 다녀왔다. 휴가 직전이라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이 증상은 서서히 나았다. 회사를 안 나가기 시작하면서. 이따금씩 다른 증상으로 다시 아프기를 반복했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나 몸살로 고생하고, 생리 전 후로 아픈 건 나의 오래된 루틴이다. 언젠가부터 술을 마시는 강도와 빈도가 현저하게 낮아졌다. 며칠씩 철야가 거뜬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한두 시간 야근하면 운전이 걱정될 정도로 피곤이 몰려온다. 하루 24시간 중 건강한 정신으로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주말에 낮잠을 자면 보통 4시간 이상을 잔다.


내일모레 불혹이니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했다. 크게 아프고 나서야 두려워졌다.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애초에 없다. 살아있는 동안 하고 싶은 소소한 것들을 다 해보고 싶은 마음뿐. 그런데 해보고 싶은 것 앞에는 늘 제약이 있다. 언젠가는 돈이 제약이었고, 어느 때는 시간이 제약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건강, 그러니까 체력이 큰 제약이 되었다는 걸 알았다. 슬프다. 돈도 시간도 아닌 내 체력이 안돼서 하고 싶은 것을 못 한다는 건.


휴가가 끝나고 다시 시작된 일상. 요가를 시작했다. 매일 같이 석촌호수 산책도 한다. 어쩌다 친구 따라 해 본 스쿼트를 매일 이어나가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에 적응되면 클라이밍이나 다른 운동도 병행해 볼 생각이다. 커피를 줄였다. 복귀하고 오랜만에 커피를 두 잔 마셨더니 어지러워서. 아직 담배는 못 끊었다. 생리 전후로 너무 심각하게 아파서 다음 주에는 한의원에 좀 가볼 생각이다.


지금부터 관리하면 40대에는 좀 쌩쌩해지려나.

스쿼트하고 석촌호수 돌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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