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log #78
Judgement night - onyx
1.
나이가 들며 성향이 변하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중년에게 보여지는
호르몬 분비의 결함에서 나오는
부작용으로부터 시작된다.
2, 30대에는
지구를 불태울 것 같은 분노로
원기옥을 뿜어대며
살아왔건만
어느 덧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버리니
성격이 유순해지며
연쇄긍정마가 되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어떤 친한 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서야 사람으로 진화하는구나…”
2.
지인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豚眼只有豚
佛眼只有佛
를 마음 속으로 읊으며
배운자답게 “연쇄긍정마”의 자세로
웃음으로 화답했다.
아직도
수십년된 오랜 지인들은
내가 긍정의 화신이 되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사실 나조차도
믿기 힘들다.
3.
내 모습을 보면
메를린 멘슨이
연상된다는 망언을 들었을 정도로
의도하지 않게 하드코어함을 보이고 살았지만
중년을 넘어서며 “품행”이
[한국 고전문학]스럽게 반전되어 버린 것은
단순히 호르몬 분비의 결함만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어쩌면 외모와 다르게
내 몸 속 숨겨진 본질이
문방사우(文房四友)에 집착하는
소심한 글쟁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본질이 나이들어
심연의 봉인을 풀고
분출된 것이라 긍정해본다.
4.
이 음악을 들으면
순수했던 젊은 시절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신기하게 이 음악을 들으면
며칠동안 잡지못한 버그가 잡혔다.
건강하고 활기찼던 그 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