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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tage appMaker Jul 19. 2023

가르치는 것은 쉽다. 배우는 것이 어려울 뿐.

개발자의 생각 #71


“AI(머신러닝)와 프로그래밍,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다루는 전문가 강의과정에서 누군가 강의 일정을 공유했다. [CNN, 딥러닝, 이미지 프로세싱]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한 단어에서 시선이 멈추게 되었다. “로지스틱 회귀?  들어본 적은 있는데 뭐지?” 이 부분은 개발자 영역보다는 과학자 영역에 속한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배운 전공자들에게는 기초적인 내용일 수 있지만 비전공자들에게는 고대 산스크리스트어와 다를 바가 없다.


주관이 국책이던 재단이던 “Tech 기반의 전문가 과정”의 커리큘럼은 “아스트랄(Astral)”할 때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조합된 현업 전문가”들이 각자의 커리큘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도메인을 둔 학자들이 담당하는 파트가 있고 나같은 “현업 엔지니어”가 담당하는 파트가 있다. 그러다가 뜬금포로 “인간의 언어(?)”로만 강의하는 정체불문명한 입문 파트도 존재하게 된다. 마치 해비메탈 그룹의 앨범에서 의외의 심쿵한 발라드곡이 한 두곡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과정이 160시간을 훨 넘는다. 하루 4시간씩 2달 좀 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강사들이 힘들 것은 별로 없다. 하루 4시간씩 연달아 5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생각보다 할 만한 이유는 “체화된 자신의 전문분야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Tone down을 잘할 수록 좋은 강의가 되기에 “강의적 사고방식”만 훈련되면 왠만해서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수강생”이다.

개인적으로 저런 하드코어한 일정을 소화해내는 수강생들에게 존경을 넘어 복잡한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어떻게 수강이 가능하지? 이런 생각을 종종하게 되기에 가끔 직설적으로 물어본다. “이 수업 왜 들으셨어요? 목적이 뭐지요?”. 대부분의 전문가 과정의 커리큘럼은 배려가 없다. 준비되지 않은 수강생은 시간낭비와 고통을 맛볼 수 밖에 없는 것이 common sense이다. 그럼에도 종종 “듣지말아야 할 수강생(그들을 위해서라면)”들이 열심히 듣는 것을 볼 수 있다. Targeting이 잘못되어 유입된 수강생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미안한 감정과 불안한 감정이 뒤섞이게 된다.  


1. 500 시간을 넘기고 있다.


싫던 좋던 강의한 시간이 지난 8년간 500시간을 넘어가면 “강사”라는 호칭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그 호칭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화하며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강사가 되면 대화할 시간따위는 없다. “체화”를 위해 “상대를 트레이닝”하기 바쁘다. 그렇기에 일방적인 사고방식의 주입(injection)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런 방법을 혐오한다. 문제는 혐오하면서도 잘한다는 것이 문제다. 내게 인지부조화는 이 때 생긴다.


2. 배울 이유가 있는가?


강의에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왜 여기에 같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때이다.  “배울 이유가 불문명”함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럴 때마다 “왜?”라는 의문을 가지며 “다시는 이런 강의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어렵게 정보를 습득한다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내게 불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은 세뇌일 뿐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아까운 시간이 된다.


3. 질문(의문)이 없다면 배움도 없다


“따라하세요”, “잘하셨네요”식의 강의가 제일 안정적이다. 이런 형식의 강의는 왠만해선 실패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만들어놓은 길”로 따라가다보면 “질문(=의문)”이 줄어든다. 질문(=의문)이 없다는 것은 “학습의 결과는 복사본일 뿐 발전이 없다”라는 말과 같다. 결국, 누구나 쉬운 만족도 높은 강의가 진행될 수록 “생각은 줄어들게 된다”. 서로 배우는 것이 적게된다. 이것이 일반인이 포함된 강의의 현실이다.

 

전문가 또는 기술강의는 친절하면 안된다.
불만을 통해 질문이 나와야 하고
이견(異見) 통해 불만을 조절하며
사고가 성장해야 한다.


위의 과정은 “체계화된 조직”에서나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나 엔지니어들은 동질화된 집단으로 진행하는 기업강의를 선호하게 된다. 결국 전문가 또는 기술강의는 B2C가 아닌 B2B에서 가성비가 좋아지게 된다. 강의를 진행하는 측이나 강의를 소비하는 측이나 만족도가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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