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이 다르다. 누구는 글을 읽고 감성에 젖는다고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글보다는 그림, 그림보다는 음악, 음악보다는 음식, 음식보다는 자연같은 다양한 것들로부터 감성이 발현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어떻게 저런 것을 보고 감동(또는 슬픔)을 받지 않을 수 있어?”라는 동질감에 호소하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인간은 각자의 "감성 유니버스"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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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공감하며 뭉치는 것이 사람이다. 아무리 각자의 유니버스가 다르다고 한 들, 비슷한 사회에서 길들여진 영혼들이기에 어렴풋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완벽하게 같지 않을 뿐이다. 영화를 좋아한다고 한다고 모든 영화를 같이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취향에 맞는 장르가 따로 존재한다. 그렇게 “공감하고 관심없고”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순간 "향유 가능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뭉치게 된다.
3.
취향이 삶을 만든다. 내겐 프로그래밍, 광적인 메모, 게임, 음악, 그림, 그리고 고양이가 취향이다. 취향 대부분 먹고사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고양이만 빼면 그렇다. 고양이 외의 취향은 상당히 정량적인 사고방식으로 즐기고 학습하며 성장해왔지만 고양이만은 “정량적인 사고방식”으로 설명하기 힘든 “미지의 존재”이다. 쳐다만 보아도 행복해진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를 잊게 된다.
4.
무의식 중 고양이가 보인다.낙서를 하거나 물품을 사거나 책을 사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더라도 고양이가 튀어나온다. 이런 고양이 중독은 언제부터였을까? 인지가능한 연도를 추정해보면 1976년이었다. 그 해의 어느날 마루에 누워 TV를 보고 있을 때,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배 위에 올라와 그르렁 대고 있었다. 그 때 고양이의 눈을 보며, 서서히 잠들고 있었다. 그것을 본 오사카 일본어와 제주어를 혼합으로 구사하시는 외할머니가 강한 악센트로 말씀을 하셨다. “무사! 고냉이 그리 안고 누엉수가이? 고냉이는 아쿠마 모름수가?”
그 때, 아쿠마라는 말을 듣고 고양이의 매력은 악마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고양이 소리만 들리면 길을 가다가도 멈추고 찾게 되는 불치병을 얻게 되었다.
책상 근처 악세사리는 고양이가 많다.
보유한 서적 중, 아끼는 고양이 서적모음. 아티스트라면 고양이지~!라는 편견을 만든 책들.
Autodesk sketchbook으로 2018 ~ 2020년까지 그린 고양이 그림 중 선택
무지개 다리를 건넌지 만 5년이 넘어가는 요미. 아주 가끔, 집 안에서 요미의 숨결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 2018, Autodesk sketch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