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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tage appMaker Feb 07. 2024

as time goes by

일상을리뷰


처음보는 고속도로로 달렸다.


몇 주전 부산에서


처가쪽 큰 형님이 칠순을 맞이하셨다. 요즘도 칠순잔치를 하느냐고 마눌님에게 물어보았지만 대부분 직계가족들만 저녁을 하는 것으로 끝낸다고 했다. 그럼에도 처제들이 형부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한다고 했다.


오전에 내려가는 길, 마누라의 initial D와 같은 드라이브 스킬을 느끼며 동양화같은 풍경을 감상했다(뒤에 딸래미 대신 두부판을 놓아두었어야 했을 지도..). 생각해보니 마눌님이 운전을 해서 다행이었다. 만약 내가 운전을 했다면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처럼 거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아쉽게도 우리차에는 화염방사기를 둘 공간이 없다).


오랫만에 노트에 낙서를 하니 펜에 힘 조절이 안되었다.


누구나 빨리 늙는다


형님을 처음 뵈었을 때가, 형님 나이 50대 초반이었다. 그 때 뵌 모습은 “외모가 장난아니네”였다. 마치 일본 범죄영화에 나오는 수사반장이나 검사같은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대화를 해보고 환상이 깨졌었다. 출중한 외모와 달리 말씀을 조용히 하시는 타입이셨다. 평생 기술 노동자로 고생을 많이 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들들도 이젠 40대를 훨 넘어섰고 한 친구는 기술자로 꽤 안정된 수익으로 살고 있고 막내는 S 대기업에서 조만간 부장으로 승진할 것 같았다.  처조카를 대학생때 봤는데, 벌써 간부를 넘어선 나이가 되었다. 그만큼 나도 늙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 만은 젊은 식구들이 적지않다. 처가쪽 둘 째 형님은 내년에 히말라야 가신다고 드론구매를 물어보셨다. 60대를 넘어섰지만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들은 대부분 여행 유튜버들이시다. 히말라야 트래킹을 녹화할 생각에 즐거워 하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모두가 젊은 정신으로 삶을 영위한다. 문제는 신체의 건강일 뿐이다.


건강은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른다.


늙은만큼 성숙해졌을까?


아버지가 70대 중반에 내게 했던 말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 현명하고 너그러울 것 같지? 아니다. 더 멍청해지고 좀스러워져. 그러니 너도 아버지가 바보같이 좀스럽게 행동하거던 늙어가는 과정이니 이해해라..”


아버지 말이 맞다. 


노화는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50대에 접어들어보니 신체적 하자가 발생하며 정신적 side-effect가 빈번해진다. 내가 내 자신을 믿지못하기 시작한다. 늙으면 유지보수를 신경써야 한다. 내가 얼마나 실수를 하는 지 자주 채킹을 해야 하므로 머리 속에 daemon을 띄우고 했던 일들을 주기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러한 모습은 주위를 둘러보아도 비슷하다. 요즘 다니는 병원의 원장님도 60이 넘어서인지 환자나 주위사람에게 메시지가 재대로 전달되었는 지, 다시 물어보며 채크하는 모습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저런 모습에 더 믿음이 간다. 자신의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 크로스 채크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문직이 나이들 수록 “자신의 상황공유”를 주위사람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노화가 진행되면
기본만 충실해도 성공하는 것이라고 본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기본에 충실하려고 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나이가 들 수록 멘탈관리를 못하는 것을 보아서는 아직 배움이 짧은 것이다.



as time goes by


시간이 흘러가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어버리는 것일까? 가끔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건즈앤로지스의 액셀로즈같은 바람직한 삶을 살고 싶어했던 평범하고 순진한 고등학생은 어느덧 후배들에게 환갑 선물로 금송아지 공구해주겠다는 패륜디스를 받는 노땅이 되어버렸다. 시간은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지나가버렸다. 


[Official Audio] 윤미래(T) Yoonmirae - 시간이 흐른뒤(As Time Goes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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