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log #39
1.
남성도 갱년기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1년 반 전까지만 하더라도
갱년기 장애라는
말이 여성전용인 줄 알았다.
어린 시절
갱년기 의약품 광고에는
중년의 아줌마가 나와서
얼굴에 근심 가득한 모습으로 있다가
약먹고 웃는 내용이 많았었다.
그 때마다
"여자들은 늙으면 성격이 이상해지나?"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2.
50살때도 30대처럼
건강하게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외모, 체력, 근성에 대해
별다른 의심을 하고 살지 않았었는데
1년 반 전에 했던 해외 OTT를 만들던
프로젝트 막판에 그 분(=갱년기)이 찾아오시면서
과제가 망가지기 시작했다.
내 자신이 엄청,
멍청해지고
느려지고
집중력이 저하되더니
결국 자신감을 상실해버렸다.
개발자로써 자부심이 사라지고
개발자로써 자괴감을 경험했다
심지어
평생 생각해 본 적 없던
"억울한 감정"까지
생겨났다.
3.
그 후, 몇 달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감,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우울증,
불면증, 자신감 상실,
복부 비만(이것도 갱년기 장애라고 하던데? 아닌가?)]을
경험했다.
이런 현상을 해결하고자 주위를 둘러보니
선후배들이 비슷한 증상이 진행중인 것을 알게되었다.
심지어 SNS의 글들을 보면
IT 셀럽들조차
과도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아무말 대잔치] 글을 생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4.
"나이들 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
라고 했던
선배님들의 명언이 생각난다.
최근 3년간
업무기록을 보며
내 자신을 벤치마킹해보아도
"diction이 어눌해지고
논리적 사고가 빈약해졌으며
비지니스 미팅에서 대화가 길어질 수록
의도했던 결과를 못얻어내고 있다."
...
아버지가 내게 들려준
반전명언이 많으신데
그 중 하나가
"나이들어가며
현명해진다는 것은 헛소리다
멍청하고 쫌스러워진다."
였다.
본인을 예로 드시며 말씀하셨기에
당시에는 리스펙 했다.
5.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나 또한
친한 후배들에게
인사치례로 말하고 다녔다.
"형 너무 믿지마~ OOO 됬다"
여하튼,
나이 들어가며
말도 글도
되도록 짧게 쓰고자 하려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삶의 지향점이 [성장]이 아닌
[유지보수]로 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