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득 Jan 14. 2024

알지 못하는 것들

240114

 고시원의 겨울은 차갑다. 이 곳을 떠나겠다는 생각하나로 노트북을 열고 작업을 시작한다. 구닥다리 노트북이지만 지난 5년간 커뮤니티 내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만들어준 귀중한 노트북이다. 작업물들을 개인 채널에 올리며 여기저기 발품팔아 홍보도 했다. 한두번 유명한 래퍼나 가수들의 언급을 받았다. 누군가에게는 꿈만 같은 일일테고 나에게도 값진 경험이었지만 그런 사건 한두번만으로 내 인생의 궤도가 크게 틀어지진 않았다.


 며칠 째 알 수 없는 악취가 나고 있다. 정확히 더욱 심해져가고 있다. 추운 날씨 탓에 창문을 열지 않아 화장실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이따금 외출을 하게되면 창문을 작게 열어두고 나가기도 했다. 아무래도 냄새의 근원은 화장실이 아닌 모양이다.


 간만에 클럽에서 공연을 할 기회가 생겼다. 평소에 마시지 못하는 비싼 술도 마실 수 있고 평소 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 좋은 것도 있다. 내가 몸담고자 하는 힙합 문화라는 것이 젊은 문화기도 하지만 태생이 반골기질이 있는 음악이라 공연에 모이는 이들도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이런 공연이 아니면 작업실에서 특별히 나올 일이 없다.


 공연을 마치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시간이 꽤 늦어졌다. 이왕 늦은 김에 해가 뜨는 걸 보고 들어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인맥을 만들어두는 것도 나중에 다 도움이 될 것이라 약간의 합리화를 했다. 같이 작업하자느니 요즘 유행하는 장르가 어떠니 음악적인 이야기도 나눴지만 앞으로 형동생 부르며 친하게 지내자는 시시콜콜한 어느 술자리에서나 들을 수 있는 대화도 오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또다른 하루가 저물어갔다.


 사는 방향이 같은 형과 함께 첫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눈을 뜨기도 버거웠지만 발걸음은 알아서 좁디 좁은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의 계단을 오르려하니 뭔가가 가로막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보기 힘든 인파였다. 그 중심에는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힘겹게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집주인의 얼굴이 보였다. 다 풀린 혀로 어찌된 일인지 말을 꺼내려하자. 곤란한 얼굴로 집주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내 옆 방에 살던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고독사였다. 나이는 내 또래의 남자였으며 숨을 거둔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고 했다. 나는 악취의 근원이 썩어가는 시체였음을 알아챘다. 과음한 탓인지 지난 며칠 간 악취를 참아가며 버틴 기억 때문인지 속이 메스꺼워졌다. 크게 소리치면 목소리도 충분히 들릴 옆 방에서 누군가 죽어갔다는 사실이 나를 압박해왔다. 더 갑갑한 사실은 이 곳을 떠나려해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의 방으로 피신했다. 세 번 정도의 구토를 하고나니 눈 앞은 혼탁해졌고 머리는 맑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곳이 내게 허락된 가장 안락한 공간이다. 변기에서 침대가 한걸음도 되지 않는 이 곳이 말이다.




*모든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