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아쥐니 승질 부리는데..." 장인어른이 말을 잊지 못하셨다. 응가를 한 지 1시간이 넘도록 씻지를 못했으니 아쥐니가 성질이 날 만도 하다. 아이의 성질머리에 오래전부터 GG를 선언했던 나였기에 괜히 죄송했다.(그 1시간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ㅠㅠ) 맞벌이 부부다 보니 집 가까이 거주하시는 장인어른이 아쥐니를 하원 시키신다.(아쥐니 때문에 이사 오심) 벌써 3개월째... 아주 어릴 때부터 낯가림이 심한 아이였기에 엄마 아빠 말고 외할아버지랑은 서먹서먹했다. 아버님이 과연 아쥐니와 단둘이 한두 시간 이상을 놀아주실 수 있을까? 란 걱정이 처음부터 있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아이는 할아버지와 빨리 친해졌다.(의지할 사람을 빨리 파악한 것 같기도...) 잘 놀고 잘 먹었지만 유독 응가와 소변 뒤처리는 할아버지께 허락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오늘 같은 사단이 가끔 일어난다. 아버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더 죄송하게도 나는 이럴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뭔가... 내가 아쥐니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증을 받은 기분이랄까? 적어도 외할아버지보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도 당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 아이의 엄마다. 돌 무렵에는 아쥐니의 눈길 한 번에 승부가 갈리는 기분도 들었다. 예를 들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란 질문을 던지고 아이에게 선택받았을 때 혹은 선택받지 못했을 때. 분명히 우리의 아이인데 나는 뭔가 기쁘거나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마치 아내와 나 그리고 아이가 삼각관계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그게 보상심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오늘 똥 기저귀도 갈아줬는데 엄마를 선택하다니 ㅂㄷㅂㄷ' 1년간의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도 아이가 나를 더 의지할 줄 알았지만, 매번 아내가 퇴근하면 아이는 오로지 엄마만 바라보았다. 그러면 나는 또 그게 서운했다. 원래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 먼저 친해지기 때문에 아빠가 따라갈 수 없다고 애써 생각해보지만 그래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부모는 자식에게 평생 서운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라는 데로 자라지 않아서, 자주 찾아오지 않아서, 걱정해서 하는 말을 잔소리로 들어서 등등. 그러고 보니 나도 내 아버지에게 그러고 있는 것 같다. 아쥐나. 아빠는 아쥐니에게 항상 2등이라 오늘도 서운하지만, 앞으로 살면서 아쥐니가 아빠에게 서운한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그럴 일이 없도록 아빠가 더 잘 할게. 사랑해♡ 2020. 09. 03 아빠가 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