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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쭉이 아빠 Sep 14. 2020

공모전에 떨어진 사진

아빠가 딸에게

대한민국의 아빠 육아 생활 사진 공모전. 생애 첫 공모전이었다. 아내에게 "스웨덴 보내줄게"라고 큰소리쳤다. 1등을 확신했지만 결국 김칫국만 실컷 마신 셈이 됐다.

공모전 내용을 찾아보니 아빠 육아를 장려하는 내용이 좋다고 했다.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까.. 많이 고민했다. 솔직히 육휴를 겪고 나니 장려하고 싶은 맘은 없어졌다. ㅎㅎ 육아 노동을 아내와 나눌 뿐이다.

힘들었던 1년간의 육아휴직을 사진 두 장에 고스란히 담고 싶었다. 가능하면 밝은 내용을 골랐다. 밝지만 웃픈 아빠 육아. 몸과 마음으로 느꼈던 많은 사건들 중에 가장 취지에 맞는 것 같은 이야기를 뽑았다. 첫 번째는 치카치카.

칫솔을 보며 경기하는 아이를 달래는 일은 육아의 쓴맛이었다. 그러다 깨우친 게 '슈퍼맨 놀이를 하며 양치하기'. 일이 놀이가 되면 그나마 수월했다.(대부분의 육아가 그랬다. 마음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그 장면을 재연하기 위해 그날 아쥐니는 우르르 퇴를 4번 했다.  

그림을 실컷 그리게 해 주려 거실 베란다 창문을 아이에게 내줬다. 그렇게 그림놀이를 한 날은 일 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베란다 창문을 청소하는 날이 됐다.(지금은 귀찮아서 일주일씩 내버려 두지만..) 그래서 탄생한 두 번째 사진 '세상에서 제일 큰 스케치북'

비록 공모전에 떨어지며 열두 달 아빠의 육아노동과 감금생활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웃픈 육아휴직이 담긴 사진이 남아서 다행이다.

그래, 이게 더 소중한 거지....(어차피 코로나 땜시 스웨덴 못 가!)

p.s 육아를 실감했던 또 다른 장면이 있었다. 아이와 손 붙잡고 함께 응가 하기...  하지만 이 모습은 아이와 나의 프라이버시상 차마 재연할 수 없어서 찍지 않았다.(혹시 이걸 출품했어야 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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