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극복한다는 말은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뜻한 봄이 오는 길목에 요즘은 사람들에게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커 보인다.
가만히 두려움을 들여다보면 정말 일어나는 일에 대한 두려움 보다, 생각이 증폭시키는 두려움이 더 크다. 생각은 온갖 "혹시", "만일" 등등의 이름으로 두려움을 증폭해 나간다. 어느새 증폭된 두려움은 실제로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 보다 더 큰 피해를 안긴다. 실체가 없는 두려움으로 삶이 괴로워진다.
걱정과 두려움은 우리 삶의 일부이지만 필요 이상의 걱정에 힘들고 두려움에 괴롭다면 이것은 문제다. 가만히 살펴보라. 필요 이상 커지는 두려움은 실체가 없다. 오직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다. 생각이 부추기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가만히 보면 세상 가장 무서운 적은 나의 생각이다. 지옥을 만들어 내는 것도 생각이다.
종교나 각 문화를 보면 사람들이 믿는 다양한 지옥을 볼 수 있다. 어떤 죄를 저지르면 어떤 지옥에 가서 고통받는다고들 말한다. 각 지옥마다 해당하는 죄가 있고 지옥에도 고통에 비례하는 단계가 있다. 더 심한 죄를 저지를수록 더 무서운 지옥으로 떨어진다. 죄의 카테고리 별로 지옥이 정해져 있다. 각 지옥마다 어떤 고통을 받는지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런 지옥의 설명을 듣거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치게 무섭게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이런 지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실체가 명확히 보인다. 지옥의 실체는 두려움이다.
생각이 두려움을 만들어 낸다고 하면, 이미 두려움에 떠는 사람은 두려움이 일어나는 것이 또 두려워 두려움을 더 증폭시킨다. 악순환이다. 괴로움의 연속이다.
두려움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두려움은 우리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참 좋은 안전장치다. 아마 우리는 이런 두려움 때문에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은 조상의 자손일 것이다. 만일 내 아이에게 두려움이라는 장치가 없다면 끔찍할 것이다. 두려움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건이다.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다. 걱정은 걱정대로 놔두고 두려움은 두려운 데로 함께 가면 된다.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말은 두려움을 없앤다는 말이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간다는 말이다.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두려움이 증폭될 때면, 가만히 살펴본다. 있는 그대로의 두려움인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증폭시키는 환상인지. 이런 환상이 일어나면 알아차리고 놔두라. 일어나는 생각을 없앨 수는 없다. 안 일어나게 할 수 없다. 다만 그 생각이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만 바로 보면 된다. 그러면 증폭되는 두려움 때문에 괴롭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면 고통은 있어도 괴로움은 없다.
앞문, 뒷문 열어놓고 생각이 왔다 가게 놔두라.
차만 대접하지 않으면 된다.
- 스즈키 순류 선사(鈴木 俊隆) -
우리는 딱 필요한 만큼의 두려움만 가지고 싶다. 사람들이 말하는 조심성 정도만의 두려움만 남기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딱히 정해진 '필요한 만큼'이란 없기 때문이다. '필요한 만큼'이란 그때그때 정해지고 늘 변할 수 있는 상대적 가치다. 조심성 있는 아이와 두려운 아이 사이에 정해진 경계는 없다. 내가 원하는 만큼만의 두려움만 가지고 싶어 억지로 두려움을 조절하려 하면 또 다른 측면에서 두려움이 증폭된다.
두려움이 일어나면 있는 그대로의 두려움을 가만히 살펴보면서 받아들여라. 또, 두려움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증폭되면, 증폭되는 두려움을 가만히 살펴보라. 어떻게 생각이 두려움을 증폭시키는지 보인다. 증폭되는 두려움을 실체가 보인다. 두려움이 내려놓아지고 아니고는 상관없다. 억지로 내려놓으려 할 필요 없다. 그냥 그렇게 실체를 알면 된다. 살펴보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다, 한 숨 돌릴 때가 되면, 그때 돌아보며 살펴봐도 된다. 그렇게 한 발 두 발 나아가면 된다.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말은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두려움의 실체를 알고 알고 알다 보면, 지옥의 실체가 보인다. 또한 지옥의 반대라고 믿었던 천국의 실체도 보인다. 그러면 해탈이 거기 있다. 구원이 거기 있다. 있는 그대로의 진리가 거기 있다.
괜찮다.
다 있는 그대로다.
이 글이 그대의 가슴을 쓰다듬을 수 있다면,
사랑으로,
관음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