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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Jan 15. 2024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어제 쓴 글 <이럴려고 맥북을 산 건 아니지만>이 조회수가 2000이 넘었다. 




https://brunch.co.kr/@adventurermj/105


'뭐야..이거..몰라..무서워..'


아마도 ‘맥북’ 키워드 때문에 많은 유입이 있었던 것 같다. 나의 글쓰기 도구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 처음 구매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글쓰기가 주목적이 된 내 맥북 이야기를 쓰게 됐다. 영상 편집을 배워볼까 하는 구실을 붙여서 ‘맥북 병’을 치료를 위해 샀던 노트북인데, 지금은 글 쓰는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그런 내용의 글이다.


유입 통계를 보면 구글에 노출이 된 것 같은데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헛걸음하게 한 건가 싶기도 하다. 아마 많은 분들이 글 제목만 보고서는 ‘맥북 실사용 후기’쯤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제목 낚시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조회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 ‘맥북’이라는 키워드가 많은 사람이 검색하는 단어이다 보니 많이 노출이 되었던 것 같다.


평소 조회수가 몇 백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하루에 2000은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제목에 허위 내용을 담거나 과장된 정보를 담는 것은 해선 안 되는 일이겠지만 독자로 하여금 읽어보고 싶게끔 제목을 쓰는 일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 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글의 양이 정말 방대하다. 연간 국내에서 출간되는 서적 수가 7만 여 권에 달하고, 브런치 플랫폼에도 수 만 명의 작가님들이 글을 쓰고 있다. 그뿐인가. 각종 블로그를 필두로 SNS의 종류도 한 두 종류가 아니다. 거기에 더해 이미 출간된 서적과 잡지, 이런저런 것들을 다 합치면 역사상 이만큼 글이 많은 시대는 없었다.


글과 정보량은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의 시간은 한 시간도 늘어나지 않았다. 당연히 읽을 수 있는 시간도 제한적이고, 모든 것을 다 읽어낼 주의력도 없다. 모든 글을 다 읽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넘치는 글 속에 자신에게 필요한 글을 가려내서 읽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글의 제목을 잘 쓰는 일은 독자를 배려하는 일이다. 내용을 적절하게 포함하면서도 독자에게 필요할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목은 독자로 하여금 이 글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게 도와준다. 단순히 클릭 수를 높이고자 허위 과장을 보태면 거짓말쟁이가 된다. 반대로 제목 짓기를 별로 고민하지 않으면 정말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더라도 제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좋은 제목을 지으려면 글의 내용을 적절하게 포괄할 수 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을 지으면 된다. 말은 정말 쉽다. 그러나 정해진 답은 없고 검증해 볼 방법도 없다. 제목을 잘 지어도 독자에게 별로 필요 없는 정보였을 수도 있고, 제목을 못 지었지만 왜인지 여러 사람이 클릭하는 글이 있다. 그래서 어렵다. 


제목을 절묘하게 지어서 쓰는 글마다 많은 이의 주목을 받으면 참 좋겠지만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제목을 잘 짓는다는 것의 기준은 숫자에 두면 안 된다. ‘제목을 고심해서 지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정보를 담고 있는 글이라면 필요한 분들이 지나치지 않고 읽을 수 있게끔 쓰고, 일상의 이야기를 하는 글이라면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제목을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글을 잘 쓰는 일도, 제목을 잘 붙이는 일도 어느 날 갑자기 되는 일이 아니다. 글과 제목에는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마음을 다 해서 글을 쓰고, 그 글을 제목이라는 알맞은 그릇에 담아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음식으로 비유하면 글을 쓰는 일이 음식을 만드는 일이고 제목을 짓는 일은 예쁜 그릇에 담아 먹기 좋게 내놓는 일 정도가 되겠다. 글 한 편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정보를 찾는 이에게 생생한 후기를 전달해 줄 수도 있고, 일상의 공감을 찾는 이에게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위로와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글을 통해 타인의 인생에 관심을 갖게 되고 서로 연결된다. 글 한 편, 문장 한 줄을 읽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바뀌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때에 맞는 식사 한 그릇이 사람을 살리고 원기를 북돋우는 것처럼 적절한 시기에 만난 한 문장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 좀 더 정성스럽게 글을 쓰고 싶다. 재료를 잘 고르고 손질해서 한 그릇 정갈하게 담아내는 식사처럼 내 글도 그렇게 내놓고 싶다. 내 글이 가야 할 곳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잘 감싸서 전달하고 싶다. 


글 잘 쓰자. 제목 잘 짓자. 이것이 이 글의 주제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진정성 있는 글로 내 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 쓰다 보니 더 잘 쓰는 건 뭘까 고민하게 된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할수록 정답보다는 질문이 늘어간다. 어쩌면 여러 사람이 그토록 좇는 ‘정답’은 모두가 같은 모양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오답일지도 모르겠다. 정답이란 마침표로 끝나는 것이 아닌 물음표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역설적으로 질문을 품고 행위를 지속해 가는 사람이 정답에 근접해 가는 걸 보면 내게 정말 필요한 건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아, 이 글 제목은 뭐라고 짓지?


사진 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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