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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Aug 18. 2023

돈은 아끼면 통장에 남고,
시간은 아끼면

시간 저축은행 계좌라도 있다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아침에 주문한 물건이 저녁에 도착한다. 스냅챗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몇 분이 채 안되어 답장이 돌아온다. 나도 그렇게 빨리 응답을 해주어야 할 것 같다. 실시간의 시대다. 좀처럼 틈이 없다. 즉각적으로 피드백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근데 나는 공백이 좋다. 식료품이 다 떨어진 줄 모르고 주문해놓지 않아서 냉장고를 파먹는 한 끼가 좋다. 바로바로 의견을 주고받는 스냅챗 보다 조금 늦지만 서로 여유를 갖고 정성스럽게 남기는 글이 좋다. 지웠다 고친 흔적이 많은 편지도 좋고, 제목을 뭐라고 쓸지 고민한 메일도 좋다. 별것 아닌 글에 정성스럽게 달린 댓글도 좋다.


   시간을 아끼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게 불만은 아니다. 다만 너무 빨라서 한번 휩쓸리면 오히려 시간을 더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우리 주변에는 시간을 아껴주는 유용한 기술이 얼마나 많은가. 핸드폰 하나면 아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번거롭게 버스 기다리는 시간도 아낄 수 있고, 택시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식료품을 사러 갈 필요도 없고, 꼭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웬만한 용건은 전화나 스냅챗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하루를 정말 타이트하게 사는 분들이 많다.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무엇을 위한 효율인가 싶다. 출퇴근 시간에 차에서 ‘버리는’ 시간이 많아 회사와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은 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뭘 할까. 책 한권을 다 읽을 수 없어서 요약본을 읽는다. 영화 한편을 다 볼 시간이 없어서 요약된 영상을 본다. 누구보다 시간을 '규모있게' 사용하는데 왜인지 늘 시간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조차 모자란다. 그 시간조차도 효율적으로 보내려고 애쓴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늘 바쁘게 산다. 효율을 추구한다. 심지어 영상을 볼때도 이제는 정속도로 보는 사람이 잘 없다고 한다. 돈을 많이 아끼면 부자가 된다. 돈은 쓰지 않은 만큼 남아 있으니까. 근데 시간은 이렇게 열심히 아꼈는데 다 어디로 간 걸까. 틈 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이 여유를 찾는 날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휴가도 해치우듯 보내고, 식사도 해치우듯 먹는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끝내지만 그렇게 아낀 시간은 저장되지 않는다. 


   나는 공백이 있는 사람이 좋다. 모든 것이 짜여 있는 사람의 인생에 들어가는 것보다 조금 공백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공백이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 내어줄 공간도 있다. 쫓기듯 살아버리고 싶지 않다. 바삐 움직이는 날에도 마음엔 한 조각 여유를 품은 삶이고 싶다. 최단거리로 연결된 도로의 논리보다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길의 정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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