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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Aug 25. 2023

무조건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

아침에 눈 뜨자마자 글쓰기

   저는 매일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 첫 시간은 반드시 쓰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 시간만큼은 좀처럼 양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에 쓰는 글은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글입니다. 구태여 숨길 것은 아니나 애초에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전혀 없는 글입니다. 저만 쓰고, 저만 읽는 글이지요. 노트 한 권과 펜이 만나 완벽한 저만의 세계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쓰면 거창한 습관이고 매일 대단한 글을 써내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아침 글쓰기는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 기법을 따라 써내려 갑니다. 간밤에 꿈에 사자가 쫓아왔던 이야기, 새로운 직장을 찾은 이야기, 글을 쓰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 처음에 튀어나오고, 어제 간밤에 했던 일이나 느꼈던 것들이 순서 없이 마구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언짢았던 감정도 떠오르고, 즐거웠던 감정도 떠오릅니다. 꿈과 감정에 대해 쓰다가 갑자기 책을 읽은 내용을 쓰기도 하고, 오늘 할 일에 대해서 쓰기도 합니다. 아무런 흐름이나 구조가 없습니다. 


   눈을 뜬 직후 45분가량은 흔히 이야기하는 내면의 검열관이 가장 약하게 활동하는 때라고 합니다. 저는 이 시간에 저를 지면에 마구 풀어내는 것이 하루의 시작에 보장된 확실한 기쁨입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이전에 제게 해주고 싶은 말이며, 어쩌면 제가 듣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요 며칠은 아침에 글을 쓰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쉼이 필요했던 걸까요, 노트 한쪽이나 두쪽을 쓰던 분량이 반쪽으로 줄어들었고, 잡생각이 많아져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더 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던 중에 장례에 참석해야 하는 일이 생겨, 이틀간 육지에 다녀왔습니다. 가뜩이나 아침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외부 일정까지 생기니 마음으로 반쯤은 포기한 채 4일간이나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글을 쓰려고 하니 글쓰기가 한편으로 또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낙서 같은 글을 잔뜩 썼지만 발행 버튼을 누르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처음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거나 말거나 쓸 거라고 엄포를 놓고 써내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4일간 쌓인 글도 많고 생각도 많아 꺼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써놓고 나니 한층 나아졌습니다.


   5일째 되는 오늘 아침,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침에 쓰는 글을 원래 분량만큼 써야지, 질 좋은 글이 아니라 충분한 양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고 이전처럼 아무 말이나 써내려 갔습니다. 마음속의 어린아이가 펜을 통해서 지면에서 마음껏 뛰놀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두 장을 채우고, 말미에는 ‘오늘은 왠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그 결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좋은 글을 쓰게 될지, 쓰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글쓰기도 습관이라는 점입니다. 4일 정도 쓰지 않았기에 이 정도로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4일이 아니라 40일간 쓰지 않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 라이팅>이라는 책에 “자신이 글을 쓰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으면 한 달간 매일 한 시간씩 글을 써보면 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매일 아침 글을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한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저는 글을 쓰게 되는 가장 쉽고도 편한 방법이 아침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처음 쓸 때 제일 큰 어려움이었던 것은 첫째로 저를 꺼내놓는 데 대한 어려움이었고, 둘째로는 수많은 사람의 시선에 맞춰야 한다는 막연함이었습니다. 혼자 아침에 글을 쓰면 많은 조회수와 좋아요를 얻기는 힘들지는 모르나 글쓰기에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나만이 보는 글이기에 나를 꺼내놓기에 더 쉽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일이 없기 때문에도 편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하고 싶은데 좀처럼 기회가 없는 분들이 있다면 아침 글쓰기를 한번 시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30분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곧장 노트를 펴고 써내려 가는 겁니다. 생각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손을 움직여서 글자로 생각을 잡아둔다는 마음으로요. 이렇게 한 달만 해보시면 글쓰기가 더 이상 어려워지지 않을 겁니다. 


   자신에게 글을 자꾸 써주다 보면, 안쪽에 문이 하나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그 문을 열고 안쪽을 구경하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더 걸어갔다가 돌아오기도 하지요. 그런 날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날입니다. 내 안에, 나만의 무언가를 어렴풋하게나마 글로 써낸 것 같은 승리감까지 느껴집니다. 그 길은 남과 함께 갈 수도 없고, 오직 나만이 들어갈 수 있는 길입니다. 거기에 다녀와 글을 써낼 수 있다면, 세상에 나만이 쓸 수 있는 단 하나의 글이 탄생하는 것 아닐까요?


   노트북도 좋고, 핸드폰으로 쓰는 것도 좋지만 아침 글쓰기만큼은 펜으로 한번 써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 경우엔 노트북이나 핸드폰은 전기가 없으면 쓸 수 없고, 무엇보다 너무 재미있는 도구들이라서 아침에 겨우 짬 낸 시간을 축낼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에 저는 노트를 고집합니다. 자기만의 노트에 자기 이야기를 쓰는 재미를 맛보시면 조금 이른 기상도 충분히 기쁜 마음으로 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두 줄 적어낸 이야기가 나를 또 어디까지 데려가줄지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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