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소확행 따라 살면, 진짜 소소해진다.
그만두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소확행에 인생을 다 써버리고 싶지 않았다. 삶을 곱씹어 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게 주어진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어 살고 싶었다. 적어도 타인이 내게 부여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가치에 인생을 걸고 싶었다.
그러나 인생이란 수수께끼와 같았다. 어떤 이유로 내게 주어져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태어남을 선택한 적도 없고, 스스로 생을 끊지 않는 이상 언제 내 인생이 끝날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삶과 죽음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남은 것은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뿐이었다. 삶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했던가. 어떤 인생을 살지 나 스스로 선택하고, 모험을 떠나야 했다.
누가 정해 놓았는지도 알 수 없는 사회의 표준을 따라서 적당히 사는 것으로는 갈증을 채울 수 없었다. 주어진 트랙을 잘 달려서 좋은 성적을 받고, 많은 것을 소비하고 풍족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될 수 없었다. ‘먹고사는’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생존’이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됐다.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고,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가는 것으로 만족하는 삶 대신 모험을 선택한 삶을 들여다보았다. 직장인으로 살던 세상에는 직장인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눈을 돌려 보니 다양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잘하고 싶었다. ‘워라밸’을 외치며 칼 같은 퇴근을 기다리기보다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다.
평균 점수를 올리기 위해 포기했던 나의 여러 흥미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노트에 나의 인생을 복기해 보면서 나와 대화를 시도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어떤 소년이었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나의 부모는 어떤 사람이었으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차근차근 적어가기 시작했다. 일을 고민하는 내 마음속에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게 삶이란 무엇인지.’와 같은 많은 질문들이 들어 있었다. 한 번도 나와 대화하지 않고, 군중 뒤에 숨어서 모험을 피해왔던 시간이 후회스러웠다. 실체가 없는 사회적 표준을 따라 살아왔고, 그 결과로 나는 전형적인 인간이 되었지만 정작 내가 되어야 하는 ‘나’는 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없었다. 고민을 안은 채 이미 마음이 떠난 회사생활을 지속해오고 있었다. 계속되는 답보 상태에 머무르던 때에, 문득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발을 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이대로 뭔가 확실해질 때까지 고민만 하고 있다가는 이전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딛을 곳을 마련해 두고 발을 떼는 것이 제일 깔끔한 행동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인생 최초로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이건 아니다.’라는 판단이 끝난 생활을 청산하고, 파도 속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회사 생활이 내가 원했던 인생과는 전혀 다르다는 결론을 내린 이상에야, 계속 회사 생활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수입이 끊기고, 연고도 없는 곳에 외로이 남겨지게 되겠지만 수년간 미뤄 왔던 문제에 답하는 것이 내게는 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평생 직장인으로 살아왔던 많은 사람들은, 나가면 굶어 죽는다거나 밖은 지옥이라며 나를 말리곤 했지만,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그들이 말하는 바깥세상의 공포에 대해서 내가 겪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인생을 걸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퇴사 의사를 얘기하고 나면, 그들은 자신들이라고 왜 그런 마음이 없겠냐고 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항상 ‘그래도’가 따라붙었고, 대체로 먹고살아야 한다거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결론으로 끝이 났다. 어렵게 정규직 사원이 되었고, 아내와 나는 모두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또 그저 그런 이유로 눈 감고 살 수가 없었다. 선택하지 않으면 그대로 머물러야 할 것이 뻔했기에, 이번에도 어영부영 넘어가면 다음에는 언제 이 질문을 다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트랙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내가 잃게 될 것은 많지 않은 급여와 허물어져 가는 회사의 고용보장이라는 야트막한 담벼락의 보호였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내 삶에 숨겨진 씨앗의 비밀이었고, 담벼락 너머의 넓은 세상이었다. 누군가는 나를 무모하고 무책임하다 하였고, 누군가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 주었다. 굶어 죽을 것이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회사를 나와도 내 능력이 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사지 멀쩡하고 건강한데 어떻게든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4년간 몸담았던 나의 첫 직장과 결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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