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대신 하는 일

by 정필

가슴이 뛰었다. 1년 365일, 모든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었다. 회사를 나왔기 때문에 당분간 고생을 해야 할 것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낸다고 해도 훈련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훈련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고, 그동안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확신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한번 뛰어들어보고 싶었다.


삶을 뒤적여 ‘글을 쓰고 싶다.’는 작은 흥미를 찾아내었다. 일찌감치 언어에 재미를 느꼈다. 또래들보다 말이 조금 빨랐다. 어릴 적 어머니와 장 보러 다닐 때,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간판을 읽곤 했던 기억이 난다. 받아쓰기를 잘했고, 책을 늘 읽었던 기억이 난다. 부유한 가정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은 책 사는 일에서 만큼은 두 번 묻지 않으셨다. 종종 글쓰기로 상도 받고, 공부라곤 흥미를 못 붙일 때도 국어만큼은 즐겁게 공부했다. 입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재밌고 즐거웠던 국어 공부보다는 못하는 과목에 더 치중해서 공부하기 시작했고, 점점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틈 나는 대로 읽었고, 읽기를 좋아한 덕에 다른 과목 공부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공간 정보 처리에 유독 약했던 나는, 지도를 보아야 하는 과목도 글자로 공부하는 게 편할 정도였다.


대학에 와서는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영 흥미가 없었다. 그때도 공부에 정열을 쏟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에 어느 아나운서 강연을 갔던 기억이 난다. 책을 1000권 읽어야 대학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한 마디에 꽂혀서, 대학 시절 내내 장르를 불문하고 부지런히 읽었다. 전공과목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독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시기에 읽는 삶에 대한 기반을 좀 다졌던 것 같다.


많이 읽긴 했지만 글을 써본 적은 없어서, 어째서 글을 써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과거를 뒤적여 글을 쓰는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었고, 이 작은 재능이 얼마나 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글을 한 번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왕 회사를 나왔으니 그동안의 일을 글로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글쓰기가 즐거움을 가져다주는지, 글을 쓰면서 살면 좋을지 알기 위해서는 실제로 글을 써 보아야 했다. 매일 아침 첫 시간에 쓰던 일기를 매일 쓰는 한편, 인터넷 공간에 글을 한 편씩 쓰기 시작했다. 대단한 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글쓰기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었고, 몇 분 읽어주시는 분도 생겨났다.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웠다. 몇 달 되지 않았지만, 글을 평생 쓰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도 짓고, 글로 밥도 지어먹으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다른 일을 하면서라도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이지만 내가 살다 간 자리에 글이 남는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먼 미래에 글을 쓰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니 참 좋았다. 그전에는 물건을 팔아서 손님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물건이 주는 즐거움도 좋지만, 글과 생각을 남기고 또 다른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더 의미가 있고 보람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나보다 오래 살아남아서 두고두고 여럿에게 영향을 줄 테니, 좋은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 글을 꾸준히 써야 했고, 다른 한 가지는 글을 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했다. 생계를 해결해야 했다. 좋아하는 일을 뒤적여 찾아낸 후에 그 일로 바로 생계도 해결이 되면 좋겠지만, 그거야 말로 꿈같은 이야기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약간의 타협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읽고 썼다. 글 쓰는 분들을 보니 다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글을 꾸준히 써오는 사람도 있었고, 교편에 몸을 담으면서 쓰는 사람도 있었다. 또 좋은 기회를 얻어서 글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글을 쓰고 있었다.


사진 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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