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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Aug 06. 2023

아침 첫 시간의 글쓰기

이렇게 쓰기도 합니다.

   눈을 뜨자마자 글을 쓴다. 언제 일어나든 나의 첫 시간은 글쓰는 시간이다. 머리 속에는 많은 문장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곤 한다. 문장이라고 할 수도 있고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문장도 생각도 아닌 말로 표현해 낼 수 없는 번뜩임일지도 모르겠다. 이 생각들은 수명이 제각각이다. 어떤 것은 하루 종일, 몇날 며칠을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것은 꿈과 같아서 눈을 뜨고 바로 기록해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려 도무지 떠올리기 힘든 것도 있다. 


   아침 첫 시간에는 아무 기획도 하지 않고 좋은 표현도 고민하지 않고 심지어 앞뒤가 맞는지도 생각지 않고 그저 써내려 간다. 어떤 것을 쓰겠다는 생각이나 틀이 전혀 없다.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나 혼자만 독자인 글이다. 그냥 써내려 간다. 쓰다 보면 의식속에 떠다니던 번뜩임들을 가끔 잡게 되는 것 같다. 


   머리 속을 흘러 다니는 번뜩임을 글로 써내는 일은 이 번뜩임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내 생각과 삶 전체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기록함으로써 하루를 창조하는 것이다. 


   하루의 모든 시간이 글쓰기에 적합한 시간이지만 딱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아침 첫 시간을 선택할 것이다. 가장 내 의식과 맞닿아 있는 글, 논리나 생각 과정을 거치지 않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침 첫 시간은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이다. 하루종일 울리는 핸드폰도 아침 시간에는 조용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도 없다. 만년필의 사각임을 들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아침 시간 외에는 만년필의 사각임을 들을 수 없다. 그만큼 조용한 시간을 찾기는 힘들다. 




   글을 쓰시는 분들 모두 각자의 이유로 글을 쓰신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글쓰기는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도구였다.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일과를 마친 저녁에도 글을 쓰고, 출근 직전 회사 근처 카페에서도 글을 써 보았지만 아침 시간만큼 ‘무방비’ 상태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아침 첫 시간은 하루 종일 보고 들은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되고, 몸이 지쳐서 의무감에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엔 변수가 많아서 글을 못 쓰게 되는 날이 많다. 가장 결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글을 쓸 수 없었다. 저녁엔 늘 생각이 많았고, 그러다 보면 안 써야 될 이유도 하나둘 쯤 생겨나게 마련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내면의 검열관과 매일 만나게 된다. 보통 이 검열관은 편집자처럼 행세한다. 그 생각은 너무 ‘유치’하다거나, ‘진부’하다고 이야기 한다. 글을 쓰는 내내 내 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아주 고약한 녀석이다. 하지만 이녀석도 힘을 쓰지 못하는 때가 있으니, 바로 아침 첫 시간이다.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힘이 가장 약한 시간이 아침 첫 시간이다. 실제로 검열관의 활동이 가장 약한 시간이 아침 첫 시간이라고 한다. 첫 시간을 통해 검열관을 ‘무시’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다른 시간에도 점차 글을 쓰는것이 편해지는것 같다. 그리고 내면의 예술가가 있다면, 마음 속의 어린아이가 있다면,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 아침 시간이다.


   하루 종일 검열관의 ‘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듣고 살았다. 몰라도 아는척, 알아도 모르는척 해야 할때가 있었고, 어색한 어른 행세를 해야 할 때가 있었다. 첫 시간 글쓰기를 통해 마음껏 어린아이가 될 수 있었다. 자유롭게 생각을 꺼내 놓고, 금방 없어져 버릴것 같은 번뜩임도 서툰 솜씨로 지면에 잡아 두었다. 이 아무 형식 없는 날것의 기록은 내 삶의 정수가 되었다. 아무것도 정해두지 않아도 첫 시간의 기록은 가장 중요한 것만을 남긴다.


   처음 새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에 나의 가장 깊숙한 곳의 어린아이와 자유로운 놀이를 한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도 모르는 나를 알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무엇이 나올지 궁금하지 않은가. 치부가 대세이니 만큼, ‘그기 돈이 됩니까?’라고 물으면 별로 할말은 없다. 내 경우엔 삶의 방향을 조정하고 있고, 그 과정에 잘 다니던 직장을 나왔으니 현재로썬 돈이 안된다고 말해야 할것 같기는 하다. 아마 그래도 긴 시간을 놓고 봤을때는 돈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아침 첫 시간을 통해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표준을 따르는 인생이 아닌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평생 나와 함께 살면서도 나다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는데, 나를 점차 알아가고 있다. 글을 씀으로 생기는 나의 역사책은 덤이다. 나는 생각이 인생을 바꾼다고 믿는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어떨까. 내 생각엔, 돈보다 이게 훨씬 낫다. 그리고, 돈도 잘 벌게 될 것이다.


   인생은 주인을 닮는다고 한다. 여러분의 인생은 누구를 닮아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 나는 처음 이 말을 들었을때 벙쪘던 느낌이 있다. 내 인생이 나를 닮았나. 다 비슷하게 생긴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아침 첫 시간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글을 잘 못써도 상관없다. 아무 형식도 없다. 그저 쓰기만 하면 된다. 마음껏 뛰노는 아이처럼 써보자. 딱 30분만 투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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