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2만 보, 서울의 발견

지난여름, 도쿄에서 2박 3일

by Myriad

주말이 되니 하이볼 한 잔이 먹고 싶었다. 일식이 먹고 싶었고, 그러다 나의 생각은 초록초록한 도쿄의 지상철 이 지나가는 유동인구가 많은 어떤 곳에서 멈춰 섰다.


일본에 가면 그 안에서 한국을 찾게 된다. 그곳은 남영역? 노량진역? 어디쯤 인 것 같은 지상철이 다니는 곳,

푸르른 공원이 있고, 미술관이 있고 시장이 있었다. 역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아. 재미나이에게 물어봤다.



우에노역 아닌가요? 내 머릿속에서 역이름 아닌 그림으로 남아있던 어느 역, 혼자 갔던 미술관, 어느 누구도 말 걸어주는 사람 없는 건 한국과 마찬가지인데, 그곳에는 가족도 아는 사람도 없어서 그런지,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도쿄여행에서 흐릿한 감정의 기억은 해방감, 외로움, 고독, 자유로움, 여유로움, 무서움, 아기자기함, 따뜻한 소니 카메라 감성 같은 느낌이었다. 다이칸야마에서 만난 츠타야서점, 나는 그곳의 어색함을 우리나라에 어떤 곳으로 연관 지어 안도감을 찾아 헤맸다.



다이칸야마 거리를 걸으면 한강진역에서 이태원방향으로 걷는 그 거리가 떠올랐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골목들을 볼 때면 익숙한 기분마저 들었고, 츠타야 서점에 중간중간 아늑한 낮은 천장 사이로 나무로 되어있는 칸막이가 따뜻함과 위요감을 주었다. 다이칸야마는 아기자기한 작은 카페와 푸르른 나무가 멋지게 자리 잡고 있었다.



롯폰기역 근처 호텔에서 보냈는데 어둑어둑해진 밤 도쿄타워를 보며 걸을 땐 좀 무서웠다. 북적북적한 긴자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긴자는 청담동 명품거리 같았는데, 그 안 골목으로 들어가면 명동의 안쪽 거리 같았다. 혼자 걸을 땐 익숙한 루이비통과 티파니 까르띠에 명품로고가 번쩍거리는 간판들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나 의외로 소심하구나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세상 대범했던 것 같은데, 낯선 곳에 혼자 있으니 한 편으로 살짝 무섭기도 했고, 혼자 비행기 타는 건 조금 더 무섭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를 먹으면 아는 것이 많아 더 무서워지는 것 같았다.



어디를 걸을 때마다 도쿄 타워가 있어 랜드마크가 주는 안도감이 낯선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도쿄타워를 보러 롯폰기호텔에서 아자부다이힐즈를 걸어갈 때는 좀 무섭기도 했고, 막상 가까이서 도쿄타워를 봤을 땐 좀 상막해 보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남산타워를 다시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한남동에서 버스를 타고 반얀트리 호텔 앞에서 내린 다음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면 남산타워로 올라갈 수 있다.


산길을 올라가는데 푸릇푸릇 너무 아름다웠다. 평소에 당연하듯 있었던 남산타워가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다 보면 우리나라의 자생하는 꽃들이 반겨주었다. 낮은 곳에서 보라색 맥문동 꽃들이 반겨주었다.




올라가서 떡볶이에 맥주 한 잔 들이키며 바라본 한강, 서울 전경을 바라보며 63 빌딩, 여의도국회의사당, 한강 익숙한 곳을 찾게 된다. 낯선 곳에 가봐야 비로소 내가 사는 곳이 정말 아름다운 곳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한 것, 내가 갖고 있는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것, 혼자 하는 여행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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