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버킷리스트, 수영이 가져다준 중꺾그마

수린이 3년 차

by Myriad

수영을 배운 지는 3년이 지났다. 수영을 배우고 싶었던 이유는 평생 숙제같이 남아있는 운동이었다. 수영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만 하다가 등록을 했다. 화, 목 반 10시 수업에는 아줌마들과 할머니들이 많았다. 오전시간은 제일 인기가 많다. 처음 수영을 배우려고 수영장에 갔던 날, 이상하게도 물에서 숨이 안 쉬어지고 가슴이 답답했다. 모르고 있었던 공포증이 있었나 보다. 참 의외였다.


킥판을 잡고 수영 연습을 하는데 1 레인 초급반에 있는 1등이 부러웠다. 저 정도만 할 수 있음 다 한 거 아닌가? 참 잘한다. 생각을 했다. 모든 영법을 그냥 배웠는데 어설프게 따라 하는데 많이 어려웠다. 그때의 의욕이 가득 차서 빨리 배우고 빨리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는 언니랑 단기속성 과외를 해서 빨리 할까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배우면 배울수록 깨달은 게 있다. 모든 운동은 시간을 쌓아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1 레인의 1등이 되니 처음 오는 분들이 많이 부러워했고 1 레인은 몇 번 나오다가 안 나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2 레인으로 꼴등으로 들어갔을 때는 너무 숨이 차서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고, 점점 2 레인의 앞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수영실력은 나 엄청 수영 잘해가 아니라, 이제 조금 영법을 어느 정도 이해했어 정도였다. 아직도 접영은 어렵고 숨이 찼으며 왜 남들처럼 멋있게 접영이 안될까 답답했다. 난 왜 살려주세요. 하는 것처럼 두 팔을 높이 수영하는 것일까. 왜 물의 저항을 다 맞으면서 수영을 하는 것일까. 어느 정도 되었는데도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 그러다 좀 지겨워져서 그만두었다가 몇 달 쉬니 또다시 수영이 하고 싶어 졌는데, 새로 오신 젊은 선생님의 개인레슨 반에 들어가서 자세 좀 잡고 가고 싶어서 들어가고 싶었다.


무엇보다 머릿결이 너무 상하고 매번 수영시간 앞뒤로 잡아먹는 샤워시간이 평일에는 좀 힘들었다. 그래서 주말시간에 개인레슨을 받았다. 5명까지 같이 레슨을 받는데,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잡아주셨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수영 자세가 나쁜 건 선생님 탓, 속도가 느리고 안느는 것은 본인 탓이라고 하셨다.

나를 두고 한 말 같아서 좀 찔렸다. 어쨌든 자세를 꼼꼼히 봐주셔서 어느덧 3년 차가 되어가고 안 늘 것 같던 자세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꼈다. 비록 이 반에서 나는 꼴찌지만 나름 나 스스로의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것이 만족스러웠다.


새벽반이라 눈이 떠지지 않아도 어떻게든 눈을 떠서 갔는데 막상 가고 나서 씻고 나오면 너무 개운했다. 나의 버킷은 그렇게 완성되어 가고 있었고, 이제는 그래도 모든 영법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나 그래도 할 수 있어라도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배영도 계속 물먹고 접영은 다리를 굽히는 것과 물 잡는 거 손 던지는 거. 모든 게. 안돼서 특히나 제일 어려웠다. 그래도 지금은 아주 조금 처음 개인레슨 받을 때 보다 아주 조금을 알 수 있게 되었고, 평영이 복병이었는데 초급반 샘이 평영만 봐주시는 바람에 그 어렵던 평영이 제일 편안한 영법에 다른 영법에 비해 제일 빠르게 되었다.


이제는 그래도 수영장 가서 나 수영할 수 있어라도 말할 정도는 된다. 노력의 시간을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정말 답답해서 자책하고도 계속하는 마음이 그 시간들이 쌓여서 천천히 만들어지는 게 운동인 것 같다.


올해는 또 다른 버킷을 하나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다. 한 번 성취감을 느끼고 나니 계속하는 마음이 조급하지 않고 성장 중이라고 지금은 정체기이지만 한 번 점프할 어느 시점이 곧 온다고 믿으면 지나고 나면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때는 그걸 느끼지 못한다. 결국 모든 건, 중꺽그마라고 중요한 건 꺾이지 않고 그냥 하는 마음, 연말 시상 때 여자 연예인이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으로 말했다. 그러니 힘내고 뭐든 포기하지 말고 하라고, 뭐든 의심하지 말고 할 수 있게 된 건 수영의 역할이 크다.


그러니 26년에도 그냥 하는 마음을 갖자. 의심하지 말고, 나를 믿고 잘 될 거라고 스스로를 응원해 주고, 그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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