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점과 선과 새
작가 : 조오
출판사 : 창비
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서 빌딩 숲이 된 도시, 그 위로 새 두 마리가 날아듭니다. 검은 새와 참새는 빌딩 사이를 가로지릅니다.
조오 작가의 세 번째 그림책입니다. 오랫동안 묻어 둔 어릴 적 기억을 꺼내어 그린 책으로 수많은 다른 목소리가 모여 만드는 기적을 꿈꾸는 책이라고 소개합니다. 사용 연령은 3세 이상입니다.
즐거운 하루를 보낸 참새와 검은 새. 그 오른편에 비보호 좌회전 표지판이 보입니다. 사람 기준으로는 비(非) 보호이지만 즐거워하는 새들을 보니 ‘비(飛) 보호’, 날아다니는 것들을 보호하는 신호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헤어질 시간.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참새는 검은 새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오른쪽으로 날아갑니다. 그 옆으로 글자 하나가 가려진 비보호 표지판, 비보. 비보((悲報), 슬픈 소식.
쿵,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겠지요. 노을이 지는 하늘은 구름까지 온통 붉습니다.
빌딩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검은 새 두 마리와 주저앉아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참새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단 하나의 유리창에만 충돌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검은 새는 친구를 안고 달립니다. 집으로 데려와 치료를 해 주고는 밤이 깊도록 무언가를 연구합니다. 검은 새의 집은 동그란 대문이 벽에 나 있습니다. 꽃이 피는 화분이 있고 벽면 한쪽 틈에서는 꽃이 자라고 있습니다. 어지러이 지나가는 전선에는 아주, 아주 오래전 검은 새의 조상이 사용했을 것만 같은 다양한 종류의 새 깃털들이 걸려 있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검은 새와 참새는 어제의 빌딩 창을 다시 찾았습니다. 밤새 연구한 자료를 보며 흰 점을 창에 그리기 시작합니다. 정교하게, 수학적으로, 비례를 맞춰.
한 창, 한 창 점을 그려 나가는데 참새가 외칩니다.
어이, 저쪽에 우리처럼 빌딩 창에 그림을 그리는 새가 있어.
동지를 만난 새들은 빌딩 창을 옮겨 다니며 춤을 추듯 다양한 점과 선을 그려 나갑니다. 도시에 사는 다른 새들도 그 모습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더니 하나둘, 저마다 페인트 통을 들고 합류하기 시작합니다.
점과 선으로 시작한 빌딩 창 그림은 도시의 개성 있는 새들이 모여들자 꽃과 나무가 자라고 색을 입기 시작합니다. 도시는 축제의 장이 되었고 빌딩들을 거대한 화폭(畵幅)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도시와 빌딩들은 새들도 안전하게 날아다닐 수 있는 비(飛) 보호 지역으로…….
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참새의 죽음을 마주한 검은 새는 생각했습니다.
검은 새는 붉게 물든 빌딩 창에 남은 충돌의 흔적과 친구의 마지막 유품인 깃털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검은 새는 친구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며 그토록 꿈꾸었던 점 하나를 빌딩 창에 남기고 떠납니다.
그림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으로 관련 내용을 찾아보았습니다. 2023년 환경일보 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2만 마리의 야생 조류가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 매주 목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