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고, 쓰다 (3) - 빨간 벽

by 숨CHIP

제목 : 빨간 벽

작가 : 브리타 테켄트럽 / 김서정 옮김

출판사 : 봄봄




봄봄 출판사의 아름다운 그림책 시리즈 74번째 그림책입니다. 옮긴이가 제주대학교에서 그림책을 가르친다고 하여 그림책 학과가 있나 싶어 찾아보았습니다. 그림책만을 가르치는 과목은 없고 제주대 사회교육원 스토리텔링 학과에서 그림책 분야도 다루는 것 같습니다. 교수진을 찾아보니 옮긴이는 없었습니다. 2018년도에 발간된 책이니 교수진이 바뀌었나 봅니다. 사용 연령은 5세 이상입니다.


책 표지를 넘기면 단색의 숲이 나타납니다.


빨간색 벽돌로 둘러싸인 마을 광장에서 생쥐가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여러 채의 집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동물들. 집들에 비해 동물들의 수가 적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시작도 끝도 없는 빨간 벽 앞에서 호기심 많은 생쥐는 벽 넘어가 너무 궁금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동물들에게 다가가 묻습니다.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겁 많은 고양이는, 벽 너머는 위험해.

늙은 곰은, 궁금하지도 기억나지도 않아.

행복한 여우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을 그냥 받아들여.

으르렁 소리를 잃어버린 사자는 대답 없이 멍한 눈으로 허공만 바라봅니다.


어느 날 벽 너머에서 새가 날아왔습니다. 다른 동물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생쥐는 새의 등에 타고 벽 너머로 날아올랐습니다. 그 모습을 겁 많은 고양이와 늙은 곰, 행복한 여우와 으르렁 소리를 잃어버린 사자가 고개를 높이 들고 쳐다봅니다.


벽 너머에는 다채로운 색을 지닌 숲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꽃과 나비, 다양한 동물들이 그 숲에 살고 있습니다. 생쥐는 친구들이 말한 것과 너무 다른 풍경에 깜짝 놀랐습니다. 생쥐를 태운 채 숲을 날며 새가 말합니다. 벽의 실체와 열린 마음 그리고 용기에 대해.


생쥐는 마을에 남아있는 동물들에게 돌아갈 결심을 합니다. 새는 걱정을 하면서도 마을을 향해 날갯짓을 합니다. 남아있는 동물들은 마을 광장에 모여 힘없이 고개를 숙인 채 땅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끝도 없이 견고하기만 했던 빨간 벽이 없습니다. 새는 말합니다.


벽은 처음부터 없었어.


마을로 돌아온 생쥐는 숲에 대해 말하고 마을에 있던 동물들과 함께 벽을 지나 숲으로 나아갑니다. 벽을 지나자 겁 많은 고양이와 늙은 곰, 행복한 여우는 자신들의 색을 되찾습니다. 파란 고양이, 갈색곰, 빨간 여우. 단, 으르렁 소리를 잃어버린 사자만 빼고.


사자는 걱정이 많았을 것입니다. 왕의 징표를 잃어버린 왕은 왕이 아니기에 살아갈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숲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동물 친구들이 숲에 있기에.

숲으로 동물들을 인도한 생쥐는 더 넓은 곳으로 모험을 떠납니다. 석양이 붉게 물든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그런데 잠깐, 동물들이 다 떠난 마을은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마을의 빈집들은 먼저 벽을 지나 숲으로 간 동물들이 살던 곳이 아니었을까.


숲은 생명력이 가득한 곳입니다. 그 무엇도 부정하지 않고, 벽으로 경계를 나누지도 않고 모든 것을 품어줍니다.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모두가 떠나 텅 빈 마을은 조금씩 숲으로 변할 것입니다. 주인 없는 집들은 흙으로 돌아가고 그 위로 나무와 꽃이 자라날 것입니다. 그곳으로 숲의 나비와 동물들이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기 전,

책 표지를 넘기자 나타났던 단색의 숲이 화려하고 생동감 있는 숲이 되었습니다.


※ 매주 목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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