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같은 남편의 극한 인내기
나는 안방에 잔다. 아내는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잤다.
그런데 눈을 뜨니 아내가 내 옆에 있다.
어쩐지 침대가 뜨거웠다. 내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래서 잠에서 깨어났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뜨겁다고 한다.
TV를 켜면 뉴스에서 계속 떠든다.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작년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단다. 폭염이 계속된단다.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단다. 더위를 조심하라고 한다. 바다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단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푸른 바다가 보이는 부산이다.
그곳도 아주 가깝게 보이는 곳에 살고 있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바다에 발을 담가 몸을 식힌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에어컨도 필요없다.하지만 내 등은 싫단다. 시뻘건 등이 화가 난 듯 보여준다. 태닝은 따로 하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 아래, 책을 펼치고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다. 난 이게 좋다. 이것을 즐기는 것 같다.
아내는 태닝을 좋아한다. 태양에 피부를 태우면,
그을린 피부색은 날씬해 보인다고 한다. 난 반대다.
말라서 그런지 더 말라 보이고,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난 더위를 잘 타지 않는다. 땀도 나지 않는다.
이번 여름은 확실히 다르다. 내 몸이 느낀다.
나이 때문인가? 속에 화가 쌓여서 그런가?
아내가 싫어져서 그런가?
결혼 전 아내와 침대에서 뒹굴뒹굴 굴러다닐 때가 생각난다. 과거를 한번 돌이켜봤다. 내 얼굴은 금방 피식하고 웃는다. 그때가 좋았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좋은지, 아내가 좋았는지, 섹스가 좋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둘 다인 것 같다.
뜨거워도 아내를 끌어안고 잠을 잘 때도, 땀이 나면 내
목을 두르던 아내의 팔을 조심스레 내릴 때가 생각난다. 잠이 깰까 봐 아주 조심히 말이다. 잠자는 공주님을 깨우고 싶지 않아서였다.
연애 시절, 온종일 모텔에서 보냈다.
돈도 없던 시절, 모텔 값이 아까워 결혼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건지 멍청했던 건지 모르겠다.
이 생각은 다음에 한 번 더 해봐야겠다.
그때는 전기세도, 나가는 지출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비싼 음식도 그렇다. 여행도 그렇다. 참 재미있을 때였다.
지금은 왜 나는 변한 것인가?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아내는 그때도 과연 속이 좁은 사람이었나? 아니면 내가 쪼잔해진 것인가?
왜 아내가 싫은 것인가? 차근차근 과거를 떠올린다.
그렇다. 아내는 그때도 그랬던 것 같다.
아내는 꼼꼼하다. 머리가 좋다. 계산도 빠르다.
매일 먹는 식당에서 빠진 반찬이 있거나, 양이 줄면 금세 알아차렸다. 난 그런 점에 반했던 것 같다.
자석이 다른 극을 당기는 것처럼,
내가 없는 점에 끌렸다.
이제 알 것 같다. 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나와 다른 점에, 속좁은 마음에
나는 불만을 표현하고 있는것이다.
이제 알겠다. 난 착각하고 있었다는것을 .
내 속이, 마음씨 넓은 남자가 아니라는 것에 착각하고 있다. 속 좁은 밴댕이 소갈딱지가 된 나자신이 부끄럽다.미안했다. 당장 사과해야겠다. 다시 사랑해야 겠다.
당장 돌아가야 겠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