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는 스나이퍼다

쪼잔한 남자 다시 사랑하는 방법

by 장주인

아내에게 브런치 글이 노출되었다. 아내가 제 구독자인지 몰랐다. 그래서 첫 서두에 작성한 글을 모두 내렸다. 삭제했다.


강력한 요구에 큰 밑그림에 기둥을 쓰러트리는 게 가슴이 찢어졌다. 멘탈도 나갔다. 아내도 뚜껑이 열렸다. 그열기가 식을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독자님들에게 재미와 흥미진진한 저의 가정사를 얘기하려 했다. 지금도 어디선가 이글을 스나이퍼처럼 뚫어저라 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주 조심히, 아니 머리통에 총알이 박힐까 몸을 빠짝 깔고 글을 쓰고 있다.


구독자님께 죄송하다. 정말 사죄한다. 이글도 언제 내려질지 모르겠다. 장담 못하겠다. 그러니 빨리 읽어 주길 바란다.


아들 녀석 20살 때까지만 아내와 같이 살아야지.

난 늘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이제 5년 남았다.


아내와 다툰 후 다시 사랑해야지, 다짐한다.

짧으면 하루, 길면 한 달을 넘긴다.

이번은 7일만에 마음을 돌렸다.

다시 함께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늘 반복이지만 최근 들어 더 잦아졌다.

어떻게 지금까지 잘 버텼는지 내가 생각해도 참 대견하다.


오늘도 그렇게 꾹 참고 한 계단 높이 올라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몸은 그렇게 반응하지 못했다. 속 좁은 아내에게 아직 쌓인 화가 남아 있는 듯하다.

"사과를 받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넘길까"

갈등한다. 결국 넘어가 보기로 했다.

그게 남은 5년을 넘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슬며시 침대로 다가왔을 때, “아차!' 하고 후회했다..

화해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엉뚱한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몸을 제어하기 힘든 순간들이 있다. 힘겹거나, 피곤할 때가 특히 더 그렇다.

속에 담고 있는 것을 뱉어내야지만 벌건 심장에 온도는 내려간다.

또 그랬다가는 한 달은 외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꼼쳐놓은 돈이 벌써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결국, 속에 묵혀두었던 말들을 소화시키지 못했다. 토해내고 말았다.

어쩌면 내 속은 작은 덩어리조차 소화시키지 못하나 보다. 그래서 빨리 뱉어냈다.

이전글에 저를 '바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정정하겠다.


난 아내의 작은 일에도 크게 반응하는 편이다. 아니,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도 그냥 넘기지 못한다. 그것을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늘 고민하고 질문한다.

그리고 고민이 끝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양은 냄비 같은 아내는 제 말에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참 다양하다.

동갑내기 여서. 초등학교 동창이라서.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서 그렇다.

거기다 친정아버님의 DNA까지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제 입은 벌써 아내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왜 거실에서 자지?" 아내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불편하잖아." 아내는 어제 일은 아무것도 아닌 듯, 아니 완전히 지워진 듯 전혀 다른 말투였다.

아니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저는 아니었다. 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 놓고 싶었다. 따지고 싶었다.

누구 더 옳은지 이상한지 증명해보고 싶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아내의 입으로 다시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아내가 침대 안에서 저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는 싫다는 듯 그 손을 밀쳐냈다. 계속 거부했다.

아내의 손은 태양처럼 뜨거웠다. 화가 나서 그런 게 아니었다. 아니 화가 남아있다. 하지만 난 덥다고 말했다. 그렇게 더위를 핑계 삼아 하루를 넘겼다. 다음 날도 똑같았다. 속 좁던' 아내는 완전히 지워졌다.


이제는 '쪼잔한' 제 자신만 남아있다. 또 하루를 지질하게 보냈다. 출근 전, 아내는 현관문 앞에서 출근하는 나를 기다렸다. 꽃처럼 활짝 핀 얼굴을 제 얼굴 가까이 내밀었다. 두툼한 입술까지 쭉 내민다. 속 좁던 아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다.


난 혼란스러웠다. 이제 방긋 웃는 아내만 남 앞에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사랑이 밀려들어 왔다. 내 심장에 촉촉 해자기 시작했다. 얼굴까지 달아오른다. 내 몸으로 확 감싸 안아 주고 싶었다.


아내의 따뜻한 손길을 외면하고, '더위'라는 핑계로 하루하루 넘기려 했던 순간들까지. 어쩌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솔직하지 못한 존재가 되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쌓인 감정 뒤에, 아침 현관 앞에서 방긋 웃는 아내를 보며 다시 사랑하고 싶었다.


난 오늘도 서로 다른 온도와 속도로 감정을 정리해 나가는 중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렇게 사소한 다툼과 오해 속에서도 서로의 따뜻한 온기를 다시 찾아가는 반복적인 여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내의 웃음꽃 피어나는 향기만을 담으며 더욱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감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혼을 해야하나? 다시 사랑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