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버리고 앰뷸런스

by 장주인


오늘도 달이 지구를 돌 듯 집과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때였다.

자정이 한참 넘은 시간 현관문 앞에서 아내는 저를 3시간째 기다리고 있다.

현관문 손잡이를 힘없이 잡아당기자 아내의 큰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당신은 이 집을 기숙사로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나와 더 이상 살기 싫다는 말을 퍼부었다. 저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미래를 위해서 행복한 가족을 위해서 끔찍한 고통을 견디면서 말이다.


저는 이 순간 깨달았다. 잠시동안 망치로 머리는 두들기는 고통이었지만

내 눈앞에 희미하게 보이는 게 분명하게 있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또 다른 세상 속 이미지였다.

이게 다가 아니라는 착각이라는 사실말이다.


저와 제 가족은 동떨어진 곳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제 머리는 꽉 막힌 차도가 되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화장실 거울 앞에 저를 세웠다. 뿌옇게 반사된 제 얼굴을 계속 바라보았다. 어두운 피부 톤과 눈가에 축 처진 주름, 바닥까지 한참 내려간 어깨, 마치 30년 후의 나와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속에 있는 소리가 들렸다. “ 하루빨리 끝냈으면 좋겠어.” “죽고 싶다” 이렇게 외치며 슬퍼하며 울고 있었다. 제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지만.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깡마른 팔과 다리, 불룩하게 나온 배를 보니 스스로 봐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다음날 현관 앞에 10년 동안 세워져 있던 자전거 페달에 발을 올렸다. 동네 뒷산을 다시 정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후 저는 산 중턱에 자전거를 버리고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저는 병원 수술대 위에 올려졌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눈물을 글썽이며 외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죽고 싶다는 말은 쏙 들어갔다. 저는 깨달았다. 본능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하느님인지 부처님인지 감히 모르겠다, 저를 살려주셨으니 말이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병원에서 30일을 보냈다. 침대에 앉아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병명은 심부정맥 혈전증이라는 병이었다. 심장에 혈전이 걸리면 심근경색, 뇌에 걸리면 뇌졸중, 다리에 혈전이 걸리면 걸리는 심부정맥 혈전증이라고 한다. 원인은 다양했다.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외부 오염물질이 몸 안으로 유입되어 생기는 병 중 하나라고 한다.


전 영화를 되돌리듯 제 삶을 천천히 되돌려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치료를 잘 끝냈고, 일상생활로 다시 올려졌다. 그리고 얼마 후 직장을 그만두었다. 아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노트와 펜을 잡고 노트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적기 시작했다.



“자전거 타기. 비행기 타기, 놀이기구 타기”


이게 내가 처음으로 메모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가 되었다.

딱한 줄 글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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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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