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시절, 저는 고객 응대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제 딱딱한 인상 탓에 고객들이 컴플레인을 걸거나, 심지어는 제가 사기꾼처럼 생겼다며 신용카드를 건네지 않는 황당한 상황도 부지기수였다. 고객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당시 제가 안고 있던 여러 문제와 불만들은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전해졌다.
"판매직업은 예상과 너무 달라." 고객을 대하는 일이 유독 힘들고 어렵게 느껴졌던 저는, '직업을 잘못 선택했다'며 제 자신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출근 후, 매장 오픈을 준비하며 선반의 옷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던 어느 날이었다.
오픈 시간이 되자 50대 초반의 남성 고객 한 분이 매장에 들어오셨다. 그는 제가 정성껏 정돈해 둔 선반의 옷들을 하나하나 들쳐 보더니 아무렇게나 내던지기 시작했다. 저는 빠르게 뒤따르며 옷들을 제자리에 다시 올려놓고 깔끔하게 정리하려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 저의 모습이 거슬렸는지, 고객은 큰 목소리로 매니저를 찾았다.
"매니저 어디 있어?!"
고객의 격앙된 목소리에 매니저가 다가와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제가 매니저입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그러자 고객은 저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직원이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있습니까?!"
매니저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저를 대신해 고객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 순간까지 저는 이 판매 공간이 '고객을 위한 장소'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제가 근무하는 '나의 직장, 나의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선반에 놓인 상품들을 마치 '내 옷장의 가지런한 옷'처럼 여기며, 누군가 함부로 만지는 것에 대한 불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고객이 매니저에게 소리치기 전까지, 저는 이러한 큰 착각 속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서야 많은 고객이 저의 잘못된 태도를 직접 지적하기보다는 그저 저를 피해 다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고객은 저의 잘못된 생각을 깨우쳐 준 감사한 분이었다. 그날의 일은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받아 본, 그 어떤 피드백보다도 솔직하고 날카로운 충고였다. 그 솔직한 피드백 이후, 저는 그동안 우리 점포를 방문했던 수많은 고객들과 저의 매니저에게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이전에는 단순히 '까다롭거나 이상한 고객들'이라 치부했던 이들이 왜 저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는지, 단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인상이 정말 그렇게 나빴던가?" 그 고객의 날카로운 지적은 저를 깊은 고민에 빠뜨렸다. 특히 "사기꾼 같다"는 말은 제 귓가에 맴돌며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얼마 후, 저는 고객을 대하는 저의 태도와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저 자신을 '거울 앞'에 세웠다. "과연 내 인상이 그리 나쁠까?" 스스로에게 묻듯 거울 속 제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내 결심한 듯 모나미 볼펜을 입에 꽉 물고 혹독한 '미소 훈련'을 시작했다 '입꼬리'라고 적힌 메모지를 붙여놓고, 거울을 볼 때마다 볼펜을 물고 입꼬리를 올리는 연습을 반복했다.
'사기꾼 같은' 인상을 지우기 위해, 저는 직장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10살은 어려도, 직장 후배여도 예외 없이 먼저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동네 분들에게도 허리 숙여 인사했다. 얼마 후, 사람들은 저를 '예의 바른 총각', '인사 잘하는 직원', '열정적인 청년'으로 인정해 주며 저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습을 거듭하던 어느 날, 저는 볼펜을 든 채 무의식적으로 제 볼을 찔렀다. 그리고 이제야 알았다. 저의 보조개가 이토록 깊이 파여 있는 줄은 몰랐다. 그 보조개는 마치 물길이 파인 듯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축 처진 볼은 저를 실제보다 더 늙어 보이게 했다. 움푹 파인 보조개를 보면서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남자아이가 보조개가 이렇게 쏙 들어가 있지? 너무 예쁘다!"라며 사람들이 제 볼을 꼬집던 그때가 말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돈 문제로 인한 갈등과 힘든 상황들은 고스란히 제 얼굴에 드리워졌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도 무엇을 해도 잘 풀리지 않아 늘 답답함 속에서 살아왔다. 언제가 가장 즐거웠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을 만끽했던 순간이 희미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다른 아이들보다 왜소하고 체력도 약해서 매사에 소극적이었고,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했다. 학교생활 역시 힘들어 웃을 일이 거의 없었다.
저는 매사에 불만이 많은 아이로 성장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답답한 마음을 쌓아두고, 그 무거운 마음을 억지로 끌고 다니며 살아냈다. 무거운 몸으로 움직이다 보니 늘 웃음기가 사라졌고 여유로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연히 저의 기분 또한 좋을 리 만무했다. 제 몸은 늘 무거웠고 항상 피곤했다. 한 달 중 기분이 좋은 날은 고작 10일도 채 되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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