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아이들과의 하루를 보낸 후에

by 스무디


오랜만에 시간강사로 초등학교 수업을 맡았다.

정심 급식지도까지, 아이들은 너무나 총명하고 순수하고 해맑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간이었다. 그런데 수업까지 이끌고, 그런 내 얘기에 귀기울이며 더 해달라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감격 그 자체였다.


목이 아플 것 같다는 협력선생님의 배려에도, 괜찮아요~ 하며 아이들과 말로 소통을 이어가는 수업을 했다.


참, 오랜만에 흐믓하고 감성 충만해지는 시간이었건데... 여전히 잘 드러나지 않는 자잘한 일들에 함께 손을 써야하는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정말 보람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금요일을 보내고, 주말을 지나며

어느샌가 나의 목은 정말로 심하게 따끔거리고 있었다.


정말로, 그리 힘든 것 같지 않았는데, 목이 아프다.


별다른 감기증상은 없는데 , 말하기가 불편해졌다.


평소 성대결절이 의심된다는 건강진단 결과를 의식하며 지내왔어도 그 정도 서너시간 수업하는 거야 뭐 어떻겠나 싶었는데... 지난해에도 의욕충만하게 초등학교 수업을 갔다가 교실 속 서른여명중에 한두명 앓는 목감기를 내가 탁 걸려서 혼쭐난 기억이 났다.


이번에는 이틀밖에 못 갔었다구~~~


다른 때에는 안걸리는 목병이 왜 수업만 하고오면 금세 쉬어 꼬부라지냐구~ 그래도 행복했다. 난 여전히 이력상으로는 초등교육 전문가이고, 학생들은 나를 잘 따라주었다. 다음날 마주쳐도 반갑게 인사하며 알아봐주던 아이들이 벌써 그립다. 고맙다, 얘들아.


이제 정말로 진정 내 앞길을 찾아서 방향을 틀어야 하나보다. 열정 가득했던 진로를 바꿀 때에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몸이 받는 신호이다. 더는 견딜 수 없다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10대에는 빈혈로, 20대에는 심한 비염이나 알러지로, 30대는 퇴행성 연골질환이었다. 이대로 더 쓰면 안 좋다는데

안 쉴 수가 없었다. 이제 뭐냐? 내 목소리 되찾을 수 있는 건가... 괜찮다. 머리로 생각할 힘은 남았으니... 이렇게 손가락을 눌러 글도 쓸 수 있으니까.


다만, 이제 어느길로 가야할지 남은 행로에 관한 숙제를 풀어야한다. 내가 무작정 원한다고 길이 열리는 건 아니다. 덤불로 지금은 여기저기 덮여있는 느낌이다. 어서 빨리 모습을 드러내어 주면 좋겠는데, 어쩌면 내가 더 다가서서 덤불을 헤쳐가야 할지 모른다. 이제 나도 그 험한길을 내달릴 마음자세는 된 것 같다.


좋은 기억들과 따스한 감성을 되찾고 떠나갈 수 있어서, 가끔은 뒤돌아보더라도 흐믓하게 웃어보일 여유가 생겨서... 그래서 참 다행이다. 그립던 학교... 교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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