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은 내가 6살에 이사온 집에서 지금까지 37년을 살고 있다. 1979년에 만들어진 46살 먹은 다세대 연립주택이다. 양친은 곰팡이가 그득한 방에서 연일 기침과 천식, 비염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20년전부터 자식들이 이사나 리모델링을 그렇게 외쳤겄만 힘들게 번 돈을 자신들을 위해 쓰기가 아까운지 강력히 거부해왔다.
올해 드디어 사단이 났다. 비가 억수같이 온 다음날 윗층에서 누수가 생겨 방과 거실 모든 곳에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주방 위까지 끊임없이 물이 흘러내려 음식을 해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서야 두 사람은 주택을 완전히 뜯어 고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윗층 주인이 가입해 둔 보험으로 누수에 따른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들을 유혹했을 것이라는 게 나의 짐작이다. 누수가 생긴 곳에는 검은 곰팡이들이 미친듯이 퍼지기 시작해 도무지 사람이 살 수가 없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우리 가족은 3곳의 인테리어 업체와 미팅을 했고 견적을 비교해 보았다. 사무적이고 꼼꼼한 나는 가장 상세하게 견적을 제출한 업체에 마음이 끌렸다. 하지만 모친은 집과 가장 가깝고 평소 명성을 들어왔던 1장 짜리 견적을 제출한 업체를 마음에 들어 했다. 미팅 당시 이 업체가 보험사 배상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고 뽐냈던 것이 큰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선정한 업체보다 2배나 높은 견적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친이 이 세상 떠나기 전까지 편안히 지낼 것을 생각하며 흔쾌히 동의해 드렸다.
계약을 체결하자 업체 사장이 돌변해 버렸다. 계약 전 우리 가족과 함께 선정했던 주방과 욕실 타일들의 재고가 없다며 재선정을 요청했다. 도배지도 재고가 없다며 더 높은 등급의 샘플들을 들고와 다시 고르게끔 하였다. 이어서는 문제가 없었던 장판말고 고급 샘플들을 들고와 우리 양친을 유혹했다. 평생 좋은 집에 살아본 적 없는 부모를 위해 추가 비용을 들여 최상급의 장판으로 교체해 시공하기로 하였다. 업체 사장은 고급 장판이라 전문 시공자가 작업할 것이라며 아주 자신있게 외쳤다. 왠걸,,, 장판을 시공하러 방문한 사람들은 60대 아버지와 20대 초반의 남매 총 3명이었다. 아,,,,, 사기꾼들.
업체 사장은 우리와는 그 어떤 논의도 없이 시중에서 가장 싼 주방 후드, 가스레인지, 환풍기를 입고 시켰다. 타 제품으로 교체를 요청하였더니 눈을 부라리며 우리 가족을 호되게 비난한다. 들여주는대로 받으라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가족은 인테리어 공사가 하루빨리 종료되어 이 업자들로부터 벗어나는 게 소원이 되어 버렸다. 공사 종료 일주일 전 보험사 담당자에게 보상 금액과 일정을 문의했더니 이미 업체 사장이 자신들의 계좌를 등록하고 2~3일내 지급 예정이란다. 우리 가족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우리 집 누수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본인들이 받으려고 한 것이다. 나는 서둘러 세대주인 부친으로 명의를 변경하고 동의서에 날인하였다.
도배를 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큰방, 작은방, 창고, 거실 모든 곳의 벽지에 빨갛고 노랗고 에메랄드 빛의 오색찬란한 반점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 눈을 씻고 다시 보아도 곰팡이였다. 이럴수가,,,, 재도배를 해야 하는 걱정보다는 짐승같이 표효해 대는 업체 사장의 얼굴을 다시 보아야 하는 상황에 우리 가족은 모두 좌절 모드에 들어갔다. 벽지 상태를 찍은 사진을 보냈더니 사장 내외가 쏜쌀같이 달려왔다. 그리고는 습하고 노후된 우리 집을 탓하며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펄쩍 뛰며 재도배를 원하다면 비용을 부담하란다. 그리고는 잔금을 송금하라며 소리를 꽥하고 내지르고 돌아가 버렸다. 너무 슬프고 슬펐다. 곰팡이가 퍼지기 시작한 새 집 방바닥에 퍼질러 앉아 김치 하나에 허기를 달래고 있는 양친이 불쌍하고 또 불쌍했다.
나는 도배 하자에 대하여 장문의 메일을 업체에 날렸다. 그리고 지금 내용증명에 담을 내용을 천천히 작성하고 있다. 그 다음은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해 볼까 고민 중이다. 모친이 착하게 살라고 했는데 그러긴 글러 먹은것 같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