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 글을 읽을 아들에게
나는 전공이 국문학과이고 원래도 책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도 비밀스러운 일기를 썼고 고등학교 때도 블로그에다 내 일상을 끄적이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교 때는 꽤나 방황했기에 그 때 내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할 만한 방법은 글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그 때 글을 굉장히 많이 썼는데 후에 부끄러워서 다 삭제해버리고 지금은 남은 것이 얼마 없다.
가끔 그 때 글을 다시 보고 싶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때 글을 다시 보면 얼마나 부끄러울까 싶기도 하다. 또한 더욱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 때의 글은 내 영혼이 담겨있지는 않았었기에 그렇게 그냥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쉽지 않기도 하다.
그 당시의 글들은 나를 감싸는 데에 급급했다. 나는 글로써 나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은 잘 하지 못했다. 다만 내 실책에 대해서 변명하는 글은 꽤나 잘 썼다. 글만 보면 나는 잘못한 것 하나 없는 완전무결한 인간이었으나 사실 내가 왜 잘못한게 없었겠는가. 사실 나에게 남에게 끊임없이 잘못한 게 너무 많아서 탈이었다.
당시 나는 글로 나를 전부 내보이기가 너무도 부끄러웠고 또한 내 잘못에 대해 누군가가 지적을 하고 들어오면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가 막막했다. 그래서 비겁하게도 변명같은 글들을 줄줄 쓰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글에 있어 굉장히 솔직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그 시기는 아들을 낳았을 때 부터였다.
아이를 낳고 나면 날 키운 부모님의 실수들을 용서하게 된다는데 사실 나는 그 정도 경지까지 이르지는 못했었다. 부모님께서 날 키우시면서 대단한 실수를 하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셨다는 것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내가 성장과정에서 받았던 상처나 서운함 같은 것을 못내 털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자식 낳은 부모가 되었으면서도. 그만큼 나는 앙금이 있는 성격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이해가 가기는 했다. 육아는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날이 갈수록 아이는 자기 주장이 생기고 자신만의 고유한 성격이 생겼고 그것에 내가 맞춰줘야했다. 지금은 유치원생이라 아이에 대해 최대한 존중하는 것에 어려운 일이 없지만, 아마 사춘기 쯤이 되고 나와 많은 부분 생각이 달라진다면 나는 과연 아이를 어떻게 대할까 겁이 났다. 아이에 대해서 존중해줄 수 있을까? 우리 부모님만큼이나 할 수 있을까? 아니 그건 고사하고 형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내 글에 나의 아주 솔직한 심정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쓰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그래서 더욱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을 때도 오히려 나를 더 드러내려고 애를 썼다. 자꾸 숨고 싶은 내 마음을 내 앞에 툭 털어놓았다.
왜냐면 작은 바램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 아이는 다섯살.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커서 한글을 배우고 글을 읽게 된다면 먼 훗날에는 내 글을 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엄마로써 작가로써 너무나도 영광이지만 또 내 아이가 내 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 참 걱정되기도 한다. 혹 성장한 아이에게 내 글에 있어 최악의 평가를 받을지언정 솔직하지 못하다는 평가만은 받지 말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쓰는 내용의 경우 아이에게 상처를 받았던 내용도 들어있고 상처를 준 내용도 들어있는데 나중에 아이가 읽으면서 '엄마 마음이 이랬구나' 라고 알기만 해도 고마울 것 같다. 용서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을 솔직하게 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비록 내가 살면서 아이에게 저지르는 소소한 잘못에 대해 전부 다 용서해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식의 사랑으로 이 부족한 엄마에게 조금은 인간적인 면죄부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