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르고 갈라진 황무지
끝을 헤아릴 수 없는
머나먼 지평선
길이 없는 황무지 속
길을 찾던 힘없는 맨발
고된 발걸음을 먼저 밟아간 이들의
발자국을 밟아보지만
길들여지지 않는 발자취
허무한 발걸음을 멈추고
끝이 없는 지평선을 시야에서 놓는다
먼 옛날 놓아버린 마음속 글을 꺼내
신발 삼아 묵묵히 걷기로 한다
보잘것없는 두 발 그리고 글 한 켤레
글이 밟고 간 자리 피어나는 꽃의 자취
글이 파낸 구멍에서 솟아나는 물의 자취
글이 훑고 간 공간에 불어오는 바람의 자취
그 누구의 보폭도 발걸음도 아닌
온전한 나만의 자취
- 글로 새긴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