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좋아합니다
투둑투둑 빗방울의 장작 타는 소리
비가 오는 날이며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찌개
비가 멈추면 스멀스멀 피어나는 안개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비 오는 날의 내음을 가장 좋아합니다
숲에 맺혀 올라오던 청량한 내음
귤나무가 비에 흠뻑 젖어 내던 향긋한 내음
흙에 촉촉이 스며들며 내는 구수한 내음
바당에 비가 튀며 내던 짠 내음
어린 제가 마당에 뛰어들어 찰박댈 때마다
올라오던 말괄량이의 내음을 좋아합니다
서울에 비가 내립니다
비내음을 맡으려 창문을 엽니다
숲의 청량함 대신 빌딩숲의 답답한 내음
귤나무의 향긋함 대신 쓰레기봉투 속 꿉꿉한 내음
흙의 구수함 대신 아스팔트의 텁텁한 내음
바당의 짠 내음 대신 한강의 쓴 내음
제 코 끝을 쏘아댑니다
맨발로 뛰쳐나가 찰발거리고 싶은
어린아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비를 좋아했습니다
- 비내음 -